•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 측은 19일까지 진행되는 시도당위원장 선거를 기점으로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무성 최경환 곽성문 유기준 의원 등 친(親)박근혜 의원 20여명은 11일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시도당위원장 선거에 대거 출마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당직 인선 등 이 후보 측의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박근혜 회동’에서 박 전 대표가 “후보 중심으로 잘해 달라”고 했으니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말을 아끼기로 입장을 정리했으나 당직 인선이 ‘이명박 사람’으로 채워지는 등 이 후보의 당 운영이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친박 의원 사이에서는 사무총장(이방호 의원)에 이어 제1사무부총장도 친 이명박계인 정종복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불안감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후보 측의 ‘배려’를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자신들의 당내 ‘몫’을 찾기 위해 시도당위원장 선거 출마를 결정했다. 이에 부산은 엄호성 의원, 대구 박종근 의원이나 이해봉 의원, 경북은 이인기 의원, 대전은 이재선 의원, 충남은 이진구 의원, 충북, 광주, 전남은 각각 송광호 김정읍 안희석 당협위원장 등이 출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로 지난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강세를 보인 지역이나 대선에서 중요한 전략지역들이다.

    친박 의원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저쪽(이 후보 측)에서 우리를 왕따 시키겠다고 작심한 것 같은데, 모여서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자주 모여야 한다”고 세력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당직에 누구를 넣어 달라고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며 “그날 모인 의원 20명 중에 이 후보 쪽으로부터 ‘만나자, 손을 잡자’는 연락을 받았다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결국은 같이 안가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은 카메라 기자까지 대동하면서 생쇼나 하고…”라며 못마땅한 기색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그는 “이게 이명박식 화합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을 ‘토끼몰이식’으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며 “합리적으로 하면 되는데 저쪽(이 후보 측)에서 다 하겠다고 나오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거듭 “우리는 우리대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 정권교체 협력’ 뜻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듯 “박 전 대표와 교감은 없다”고 강조했다.

    친박 의원들은 앞으로 이 후보 측과의 의사소통 창구를 김무성 의원으로 단일화 하기로 하는 등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신경쓰며 결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는 ‘이명박-박근혜 회동’을 계기로 수면 아래 가라 앉아 있던 양 진영의 갈등이 시도당위원장 선거를 계기로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