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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양상훈 논설위원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은 경제로 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높은 이익을 바라고 위험한 곳에 돈을 빌려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안전하기는 하지만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은 종목이었다면, 이 후보는 그 반대인 서브프라임형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부실화돼 주식시장 폭락을 불렀다. 한나라당의 서브프라임 투자는 이런 결말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정권 교체라는 큰 이익을 터뜨릴 것인가.
①부실화의 고(高)위험=금리 인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부실화시킨 것처럼, 도덕성 검증 공세는 이명박 주(株)를 부실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후보는 “헛방”이라고 했지만, 이 후보 지지율은 1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결국 한나라당 선거인단 투표에선 패했다. 거의 전적으로 검증의 효과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진 원인은 전체 부실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지금 국민 눈에 비친 이 후보의 검증 문제도 바로 그런 경우다.
②검찰과 TV방송이 ‘외국인’=서브프라임 사태와는 별 관계도 없는 한국의 주식시장을 폭락시킨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외국인들처럼 검찰과 TV방송이 대선 시장(市場)에서 무조건 이명박 주를 내다 팔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박 전 대표와 여권의 이 후보 공격이 잽이었다면, 검찰의 도곡동 땅 발표는 KO 펀치 수준이었다. 무엇이 진실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느냐의 문제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TV 방송이 대대적으로 증폭시키면 이명박 주를 부실화시킬 수 있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그렇게 당했다. 다만, 이제 곧 그만두는 검찰총장의 생각과 혹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 뒤에도 검사를 계속해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③한나라당 버냉키는 박근혜=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휘청거리던 세계 금융시장은 벤 버냉키 미 FRB 의장이 재할인율을 내리자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를 위해 버냉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④‘대박’이 날 수도=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광주 경선에서 이기자 “경선 끝났다”고 만세를 불렀다. 실제 결과도 그대로 됐다. 한나라당에서 광주 같은 곳이 영남이다. 영남 표심이 한나라당 내부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영남에서 박 전 대표에게 전패(全敗)했다. 영남에서도 정치적 비중이 큰 대구에서는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졌다. 그런데도 경선에서 이겼다. 이것은 한나라당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이 후보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섰고, 선거인단 투표에선 서울, 경기와 호남에서 이겼다. 한나라당의 표밭인 동부 벨트에서는 지고, 한나라당의 취약 지역인 서부 벨트에서는 이겼다. 이것은 이 후보가 한나라당 안방에서가 아니라 집 밖에서 더 강하다는 사실, 그래서 이 후보의 지지는 앞으로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때와는 크게 다른 차이다.
⑤여권엔 ‘수익자산’ 안 보여=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은 사람들이 고위험·고수익 자산에서 손을 빼 저위험·저수익 자산으로 옮겨간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저위험·저수익 자산이었다. 그래서 이 후보와 논쟁이 되고 경쟁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이명박 대(對) 여권 주자의 싸움이다. 여권 주자는 누가 되든 노무현·김대중의 후계자다. 이들은 위험은 어떤지 몰라도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없다. 사람들이 이명박 주식을 팔아도 옮겨갈 다른 투자처가 아직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 후보는 필승 후보도, 필패 후보도 아니다. 고위험·고수익 후보다. 고위험·고수익 투자의 결과는 극단적으로 갈라진다. 한나라당은 서브프라임에 투자한 이상, 12월 19일까지 한국 증시처럼 폭락·폭등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갈 각오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