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경선 막판 결국 '욕설'과 '폭력'까지 나왔다. 17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대통령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장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서울은 대의원 대의원 1만237명, 당원과 국민선거인단 각각 1만4885명 등 가장 많은 총 4만7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한다.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 뿐 아니라 지지자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졌고 폭염까지 겹쳐 두 주자 진영의 지지자들간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번에도 역시 연설회장 입장시 필요한 '비표'가 문제였다.

    이 전 시장측 한 여성 지지자가 가방 속에서 비표를 무더기로 꺼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 하자 박 전 대표측 한 남성 지지자가 이를 발견하면서 두 주자 지지자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심한 욕설은 물론, 폭력까지 벌어져 결국 양측 지지자들은 경찰서로 연행됐다. 문제가 된 여성 지지자는 자신을 일반시민이라고 밝혔지만 같이 동행한 주변 사람들을 취재한 결과 서울의 모 교회에서 단체로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 지지자와 비표를 두고 몸싸움을 벌인 남성은 당원이며, 자신을 박 전 대표의 지지자라고 밝혔다. 

    마지막 연설회인 만큼 두 주자 진영의 지지세력 동원대결도 치열했다. 입구마다 행사진행 요원과 참석자간 말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진행 요원의 통제에 '욕설'을 퍼붓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또 행사장 밖에서 박 전 대표 지지자들로 보이는 인사들이 '이 전 시장이 지난 1996년 15대 총선 직후 김유찬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내용의 한 언론기사와 관련 녹취록을 담은 A4용지 1장 분량의 괴문서를 배포하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일부 선거인단에 적발됐다. 이 괴문서에는 '이명박측, 위증교사 밝혀지다'라는 주장이 적혀있으며, 박 전 대표측에서 살포했다는 이 전 시장 지지자들과 이를 부인하는 박 전 대표측이 실랑이를 벌였다. 선관위는 괴문서를 수거, 진상 파악에 나섰다.

    1만4000여명을 수용하는 체육관 내 응원전도 치열했다. 마지막 연설회 장소가 서울이므로 이 전 시장이 숫자 싸움에서 비교우위를 나타냈다. 이 전 시장측의 서울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이 총출동했고 지지 연예인들까지 전원 참석해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 전 시장측은 또 김윤옥 여사와 세명의 딸, 아들, 사위까지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 측도 밀리지 않기 위해 조직을 총동원했다. 서울지역 의원들 및 당협위원장은 물론, 캠프 내에서도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설회장으로 집결했다. 수적 열세에도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 역시 이 전 시장측에 맞서 행사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을 했다.

    이날 연설회를 앞두고 이 전 시장측과 박 전 대표측은 '좌석 배치'를 두고 막판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에 비해 많은 수의 당원협의회(옛 지구당)를 확보한 이 전 시장측은 당협별 안배를 주장했고, 박 전 대표측은 이와 무관하게 객석 절반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층 무대 정면 객석은 원희룡 홍준표 의원 지지자에게 배정됐으며 좌측은 이 전 시장측 6개 당협, 우측은 박 전 대표측 6개 당협이 나눠 앉는 것으로 결정됐다. 또 3층 객석은 70%는 이 전 시장측 나머지 당협이, 나머지 30%는 중립 당협과 박 전 대표측에 배정됐다.

    행사 전 두 유력 주자의 등장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먼저 도착한 이 전 시장이 한바탕 장내를 휩쓰는가 싶더니, 박 전 대표가 모습을 나타내자 '박근혜'를 연호하는 함성이 체육관을 뒤덮었다. 이 전 시장과 김덕룡 선대위원장이 머리위로 손을 올려 하트모양을 그리며 인사하자, 이후 박 전 대표도 같은 자리에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