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0일자 오피니언면 '포럼'에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이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사 협상이 결렬된 이랜드계열 노조의 농성장에 20일 오전 공권력이 투입됐다. 이로써 20여일째 매장 점거 농성을 해온 이랜드 노조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랜드 사태는 사측의 비정규직 계산업무의 아웃소싱에 노조가 반발한 것인데, 7월1일 시행된 비정규직법의 후유증이다. 2년이 된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해고해야 하는 새 법이 강요하는 양자택일을 피하는 방법으로 사측이 아웃소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외부 용역회사로 소속이 바뀐 근로자들은 비록 정규직은 되지 못하지만, 2년 기한에 따른 계약해지를 피하고 고용보장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노사타협의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랜드 노조는 이를 해고로 규정하고 매장점거라는 극단적인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비정규직이 양산돼 정규직과의 차별과 고용불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기업에 정규직화를 강요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는 시도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정규직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민주노총은 말로는 비정규직 해결을 외치지만, 정작 자신들의 기득권을 다치는 고통분담은 거부하는 위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계급투쟁론에 따라 노사를 적대관계로 규정했고, 1980년대 좌파이념의 폭주가 한국 노동계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관성이 남아 있지만, 회사의 생존과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서 노사가 공동 운명체임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따라서 노사 간의 의견 차이는 협상을 통한 양보와 타협으로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
노조가 다중을 동원하여 완력을 행사하면, 노사 타협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권력화된 노조집행부의 장악을 둘러싼 내부 경쟁이 심해지면서 강경투쟁 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타협적 노조지도부는 차기 선거에서 선명성을 앞세운 반대파에 공격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등 이른바 상급단체의 투쟁 실적주의도 단위노조의 강경투쟁을 유도해낸다. 현재 이랜드 사태도 민노당, 민주노총, 한총련 등 외부의 개입이 이뤄지면서 마치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돼 버렸다.
파업은 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지만, 본질적으로 자해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생산 중단은 사측에 압력이 되지만, 동시에 회사의 손실은 노동자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때로 파업은 회복불능의 타격을 주어 회사가 문을 닫는 노사 공멸의 파국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랜드 사태도 그동안의 파업으로 회사에 막대한 영업손실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홈에버·뉴코아 관련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켜 왔다.
특히, 이랜드 노조는 단순한 파업에 그치지 않고 ‘매출 타격 투쟁’이라는 기치 아래 매장점거라는 불법을 택했다. 제조업체의 생산중단보다 유통업체의 매출중단은 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는 점을 철저히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노사 협상에서 심각하게 룰을 위반하는 경우 정부의 공정한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 중재의 역할은 반칙에 대해서는 엄정한 제재를 가하여 극한 대결을 방지함으로써 노사는 물론 사회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노사 분규가 발생하면 진보 표방 세력들은 그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기계적으로 노조의 편을 들고 있으며, 노조의 불법이나 심지어 폭력에 대해서도 약자의 저항으로 미화하려고 한다. 이들의 무비판적인 노조 옹호는 결과적으로 노사간의 갈등을 더 극단으로 몰고 가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물론 이들은 노조의 극한투쟁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어 노사 모두가 상처만 입게 되더라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