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4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거대공룡 이·박 캠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적인 조직이 선거에서 승리한다. 노무현은 2002년 대선 때 수도이전 공약에 어떻게 승부를 걸게 됐을까. 김대중(DJ)은 1997년 대선 때 왜 갈색 염색으로 머리에 브리지를 그리고 나타났을까. 그 나이에. 이회창은 왜 그렇게 과감한 변신을 못했을까. 깐깐한 인상을 준다는 무테 안경 하나 바꾸지 못하고.

    후보에게 파격을 연출할 수 있는 캠프의 동력은 민주성이다. 민주적인 조직과 인간이 더 도전적(risk -taking)이다. 후보와 계급장 떼고 맞붙어 토론하며 후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거대 공룡 조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나 유연성이 나오려면 조직이 작아야 한다. 가수 비를 세계적 가수로 키운 연예 기획사가 공룡 조직? 대세론의 거품 이론은 논리적이다. 대세론이 뜨면 사람이 운집(雲集)한다. 사람이 몰리면 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자리가 만들어지면 수직적 위계 질서가 생긴다. 조직의 맨 꼭대기에 후보는 제왕으로 앉아 있고, 그 밑으로 수많은 조직이 그물처럼, 사다리처럼 만들어진다. 회의 또 회의, 결재 또 결재. 맨 밑에서 올라온 기발한 아이디어는 제왕의 눈치에 정통한 회의꾼, 결재꾼에 의해 싹둑 잘리고 ‘안전 빵’으로 둔갑한다. 조심, 또 조심. 조직이 위기 회피형(risk - avoiding)이 된다. 정책학에서 말하는 ‘점증적 정책 결정론’이다.

    그러다가 막판에 위기를 발견하지만 대세론에 취했던 조직에 국면 돌파책이 준비됐을 리 없다. 대세론에 밀려온 소수의 정예 조직은 ‘오야붕’과 ‘꼬붕’이 서로 맞담배 피워가며, 머리를 쥐어뜯어 가며 쥐가 고양이를 물어뜯을 수 있는 극약처방을 만든다. 변덕스러운 유권자는 깜짝 쇼에 홱 돌아선다. 이명박 조직이 올 들어 7개월째 검증 공방에 시달리면서도 국면 전환책 하나 내놓지 못하는 배경이다. 박근혜 조직도 사람이 넘쳐날 만큼 공룡화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선 선거나 정당 조직이 연예 기획사 수준으로 ‘경량화·신속 기동군화’한 지 오래다. 미디어 선거인데 조직이 클 이유가 없다. 이·박 후보가 그렇게 돌아다녀도 기억될 수 있는 장면이 얼마나 될까. 제2의 노무현이 기타치며 눈물 흘리고, 돼지 저금통과 포장마차로 녹이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이·박 경선 캠프는 아직 흑백TV 시대의 아날로그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