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1일자 오피니언면 '시론'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땅, 땅, 뉴 타운, 또 땅, 땅, 그리고 땅! 신도시 기획 부동산? 떴다 방? 이명박은 펄펄 뛰고 있지만, ‘기획 부동산 시리즈’는 이명박 개인의 기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우파의 정권 창출 꿈을 한 방에 날려보내는 악몽 시나리오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저 암흑 속의 세력은 지금 ‘기획 부동산 시리즈’를 흘리고 있다.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만들어 정권을 두 번이나 잡은 공작정치의 달인들이 ‘땅’이라는 물증이 확보되어 있는데도 이를 상대방을 거꾸러뜨리는 저격의 화살로 삼지 않을 리 없다. 선거에서 가장 유효한 무기는 감정 자극이다. 땅 한평 없고, 힘도 없는 서민의 가슴에 대못을 꽝꽝 박게 할 수 있는 최상의 도구는 땅이고 위장전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떴다방 이야기’에 대한 한나라당과 보수·우파의 터줏대감들이 대응하는 것만 보면 보수·우파의 집권은 절망적이다. 보수·우파의 구닥다리 원로들이 뭐라고 거들던가. 부처님이나 예수님을, 윤리 선생님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 아니잖느냐고? 그러면 전두환 노태우를 왜 쇠고랑 채워 감옥에 보냈는가. 바로 이런 퇴물 보수·우파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뛰쳐나와 스스로 부패 불감증 환자임을 입증하기 때문에 정권을 좌파 무능 세력에 두 번이나 넘겨주었다. 도덕성을 왜 검증하느냐고? 정권을 두 번이나 뺏기고서도 그런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입만 열면 김대중(DJ)이 천문학적 축재를 했고 아방궁에 산다고 욕을 해대는 이 땅의 보수·우파 원로들이 아닌가. 이런 부패한 보수·우파가 보수·우파의 전체로 매도되기 때문에 양심적이고 애국적인 보수·우파들이 좌파 무능 정권 아래서 10년이나 생고생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그 이름도 거창한 국민검증위원회는 요즘 유행어처럼 ‘쇼를 하라’다. 국무총리나 장관 인사청문회도 이틀은 한다. 그런데 19일 검증 청문회에서 박근혜를 상대로 오전에 3시간, 이명박을 상대로 오후에 3시간 청문을 한다고 한다. 다음날 보고서 쓰고. 그러고 끝낸다. DJ 시절 국무총리로 내정된 장상과 장대환을 불러 위장전입을 했느니, 대학원 이름을 속였느니 하며 석쇠 위에 생선을 지글지글 굽듯이 했다. 결국 낙마시켜버렸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부동산 투기니 논문 표절이니 꼬투리를 잡아 장관들을 퇴진시켰다. 그랬던 한나라당이라면 이명박 박근혜를 불러다가 나라가 들썩들썩 할 만큼 주리를 틀듯이 따져묻고, 그것도 국민의 성에 차지 않으면 며칠이고 청문을 해야 마땅하다. 결론이 뻔히 내려진 가면무도극? DJ를 ‘빨치산’이라고 했던 정형근이 햇볕정책을 그대로 베껴 햇볕 전도사로 둔갑하는 위선과 기회주의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이다. DJ가 흐뭇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보수·우파의 부패 불감증에 분노하는 세력은 이번에도 한나라당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의 지지도를 합치면 60%를 넘는가. 중도 세력이 좌파에서 찾을 대안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건 표가 이·박에게 임시로 가 있는 것이다. 범여권에서 후보가 가시화되면 한나라당 집권을 절대 반대하는 세력, 즉 국민의 30%인 좌파 표가 똘똘 뭉치고, 한나라당 집권을 절대 바라는 세력, 즉 30%의 우파 표가 한나라당 지지를 고수하는 양극 구조로 급격히 재편된다. 여기에서 중도 40%의 얼마가 좌로 가느냐 우로 가느냐에 결판이 나게 된다. 중도 표 10%의 가슴 속에서 가진자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게 만든다면 좌파는 재집권에 성공한다.

    이번 대선에서 집권세력은 한나라당을 정신적·물질적으로 썩은 세력의 대변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굿판을 벌일 것이다. 김대업 한 명 정도가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특공대처럼 ‘자객’들이 줄을 서서 폭로전을 이어 갈 것이다. 한나라당이 상전벽해식의 도덕 재무장이나 자기 정화의 날선 대응책을 던지며 불을 꺼가지 못한다면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을 썩고 배부른 보수·우파 세력과의 영원한 결별식으로 삼지 않는다면 집권은 또 물 건너간다. 10년을 기다렸는데도. 한나라당 스스로 썩은 보수를 증오하고 저주해야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