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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니 개혁적 진보니 이런 것은 말장난. 대북관계는 친북좌파와 대한민국의 문제"
보수와 진보가 대북정책과 관련,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신이 한국반공연맹인 보수성향의 단체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과 진보적 성향의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상임의장 정세현)가 3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화합과 상생의 국민통합 토론회'를 개최한 것. 이번 토론회는 '화합' '상생'이라는 토론 주제처럼 같이 생각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열렸지만 막상 토론회는 서로의 의견 차를 확인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경희대 노동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보수·진보 진영으로 나눠 먼저 주제발표를 하고 참석자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한번씩 주는 방식이었다.
보수측 "북한을 국가 인정하면 분단국 아니며 남북통일 당위성 사라져"
진보측 "냉전이후 세계질서 변했고 분단의 환경도 변해. 남북이 같이 변화해야"
먼저 보수진영의 발제자로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공동대표가 나섰다. 그는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반국가 단체로 정의된다"며 "진보는 이미 많은 나라들이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무지의 소치다. 북한을 국가로 승인할 경우 더이상 남북한은 분단국이 아니며 국제법상 2개의 국가로 분열된다. 여기서 남북통일의 당위성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이어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는 "합리적 보수니 개혁적 진보니 이런 것은 말장난"이라고 단호히 말하며 "대북관계는 친북좌파와 대한민국의 문제다. 진보라는 사람들은 국가보다 민족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민족은 법적인 개념이 아니라 고무줄 개념으로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될 때 이미 민족이라는 개념을 깔고 시작됐다. 낮은단계 연방제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민국을 헌납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제3조 통일조항을 없애라는 것은 대한민국 해체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보측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보수주의자들은 남쪽은 체제유지를 하고 북한은 변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고정돼 있다"며 "냉전 이후 세계질서는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분단 환경도 변화하고 바뀌고 있다. 남북이 같이 세계적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측 "보수는 북한을 악으로 보는 대북 근본주의 버려야"
보수측 "세계 모든 나라가 북한을 최악의 국가로 봐. 북한은 변화시켜야 할 대상"
진보측 발제자로 나선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보수진영에 대해 '대북 근본주의'부터 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진영은 대북정첵에서 북한을 악으로 파악하고 남북관계를 선악의 대립으로 파악하며 북한과의 평화공존 및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거나 전술적 타협만을 인정하면서 대북정책이 북한정권 교체를 목표로 해야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은 생존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남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남한 당국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변화하는가 않는가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 세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수측 김광동 나라정책원장은 세계 모든 나라가 김정일체제를 '최악'으로 보는데 이는 대북 근본주의가 아니라고 반론하며 북한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김정일 체제는 20세기 이후 인류사가 맞이한 최악의 체제"라며 "민주주의 언론자유 국가위험도 환경지속성 자유지수 지구상에서 국가를 측정하는 지표에서 북한보다 나쁜 지표를 가진 나라는 없다. 이것보다 잘못되고 실패한 나라는 없다. 우리는 통일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김정일체제는 남북간이나 국제적으로나 공존이나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모두가 협력해 변화시키고 극복시켜야 할 체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보측 "국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국보법과 선군정치는 다를게 없다"
보수측 "북한정권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상적이고 소아적 발상 하는 진보 반성해야"
국가보안법과 관련, 진보측 박영자 숙명여대 교수는 "북한은 선군정치를 통해 북한주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보수주의자들은 국보법을 국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북한이 선군정치를 주장하는 것과 보수진영이 국보법을 주장하는 게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보수측 정옥임 선문대 교수는 "보수가 안보를 말하면 냉전시대적 사고라고 진보는 말한다"며 "그러나 이는 냉전시대적 사고가 아니라 냉전시대적 잔재를 이야기 하자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분명 문제가 있다. 21세기 안보 개념은 마약 인권 경제 테러 등 국가와 관련된 모든 이슈를 품고 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국가 인식을 잘못하는 것이다. 무조건 이상적이고 소아적 발상을 하는 진보는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진보측 "인권을 억압했던 보수가 북한인권문제로 진보 탓할 순 없어"
보수측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한국 진보의 이중성"
북한인권에 대해서도 양측은 서로 날을 세웠다. 진보측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은 "북한인권문제에 진보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북한인권 문제를 가지고 과거 인권을 억압했던 보수가 진보를 탓할 수는 없다. 진보가 대한민국의 인권 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측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진보는 이중성을 버려야 한다"며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남한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북한의 전대미문의 반인권체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또 북한에도 기초생활이 보장돼야 민주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면서 남한의 박정희시대에 대해서는 왜 경제발전을 위해 민주주의를 훼손했느냐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모순"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남시욱(세종대 석좌교수) 김호기(연세대 교수) 김귀옥(한성대 교수) 이선민(조선일보 논설위원)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복거일씨 (문화미래포럼 대표, 소설가)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