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5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홍준표의 야망'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홍준표는 빈상(貧相)이다. 거기에 거칠고 시끄럽고. 왜 그럴까? 90년대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 검사. 그렇게 화려하게 부각되는 행운을 기반으로 이젠 10년이 넘게 정치를 해온 국회의원 3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50대 중반으로 가는 나이가 됐다. 이런 경력이면 대충 빈티와 거침없음은 순화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씻기 어려운 게 가족사인 모양이다. 1954년 낙동강 지류인 경남 창녕에서 땅 한평 없이 알코올중독자에 가까운 아버지, 아버지의 재취로 들어간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국민학교’를 다섯번 옮겨 다녔다. 막노동으로 먹고 살기 위해 창녕 울산 합천 대구를 유랑하는 아버지를 따라 다닐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린 홍준표는 잘사는 친구 집에 부모님이 일을 해주러 갈 때도 따라가 도왔다. 그는 회고한다. “친구 집에 가서 머슴처럼 일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러나 부모님도 가서 묵묵히 일하는데 내가 나서서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요즘도 홍준표는 밥을 두 그릇이나 먹는다.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도시락을 못싸가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웠던 한을 그렇게 푼다. 낙동강의 뱃사공 보조도 했다. 단돈 1만400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해 대학에 붙고, 고시에 붙었다. 가난은 야망을 가르친다.

    홍준표가 27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한다. 이명박 박근혜가 압도하고 있는 구도가 쉽게 깨질 수 없어 보이는데도. 가난에서 배운 야성(野性) 때문일까? 웰빙으로 성장한 사람은 도전을 주저한다. 아니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까? 다 맞는 얘기다. 정치는 야망과 과대망상증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광야의 삭풍에 홀로 맞서겠다는 ‘결기(決氣)’가 있어야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1971년 신민당에서 박정희 정권에 맞서 연출된 김영삼·김대중·이철승간 3파전 경선이 그 후 한국정치 30년의 추동력이 되었던 것처럼.

    홍준표는 따분한 이·박 양자구도를 ‘이명박·박근혜·홍준표 3각 구도’로 재편하겠다는 야망인가? 아니면 이·박 경쟁의 틈에서 경선 후 당 대표나 어부지리로 얻을 잔머리 굴리기? 몸값 올리기? 입지전적 인물은 계산에도 밝다. 홍준표는 대한민국 앞에 마주서야 한다.오늘의 시대정신은 좌파·무능정권의 종식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