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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지지부진한 대통합 활로 찾기에 고심이다. 일단 제 정파간 통합 논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현재의 교착상태를 돌파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통합 논의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결정적 ‘한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당장 초점은 통합의 조건으로 국정실패 책임자는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정 그룹 배제’를 제기한 박상천 민주당 대표에게 맞춰져 있다. 박 대표의 태도변화를 유인할 상황 조성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이는 민주당 내 ‘반(反)박상천’ 기류 세력화 조성을 통해 압박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민주당내 통합론자들과 따로 협상을 진행시키는 이른바 ‘박 대표 고립작전’이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21일 장상 전 민주당 대표가 주도하는 ‘통합과 창조포럼’ 발족식에 참석키로 한 것이나,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가 제안한 ‘8인 회동(범여권의 4개 정파)’에 관심을 내보이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과 창조포럼’이 민주당 내 ‘반박’ 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그러나 범여권 안팎에선 이는 상황적 변수일뿐 교착상태에 빠진 대통합 논의의 활로를 뚫기 위한 직접적 변수가 아니므로 뭔가 획기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의 ‘특정 그룹 배제’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동영 김근태 열린당의 전직 두 의장에게로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표가 언급한 '국정실패 책임자'가 사실상 이들인 만큼, 정 김씨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다. 그 결단이란 곧 두 사람의 대선불출마 선언 내지는 ‘2선후퇴’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19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분(정 김)은 이번 대선에서 쉬어도 되는 것 아닌가. 두 분이 아직 50대 중반(정동영), 60세(김근태)인데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박 대표의 ‘특정 그룹 배제’라는 통합 조건을 ‘지지한다’면서 “(과거 민주당)분당과 국정실패 책임자들이 사과하거나 적어도 2선 후퇴는 해야 한다. (두 사람은)정치 도의와 책임정치의 원칙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과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결국 둘의 결단이 있다면 박 대표의 ‘특정 그룹 배제’라는 통합 조건도 일정 부분 타협점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향후 대통합신당의 정체성 측면에서도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같은 기류에 대해 범여권 안팎에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범여권 안팎에선 김 전 의장의 대선불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었다.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이 전혀 오르지 않고 세력 조직화가 여의치 않은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혁 의제 선점에서 뒷전으로 밀린 김 전 의장 내부 진영에서 대선불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김 전 의장측은 당시 강하게 반발했었다. 김 전 의장측은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 “그런(대선불출마) 일은 절대 없다”고 했었다.정 전 의장에 대해서도 범여권 안팎에서는 결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단 정 전 의장은 범여권의 예비대선주자들, 특히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의 연대 구상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의중이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노무현 정부 초기에 장관을 지낸 노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 한 사람은 뉴데일리와 만나 “두 전직 의장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할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범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선불출마, 즉 결단을 촉구하는 데 방점이 찍힌 주장이었다. 또 열린당 친노(親盧)그룹 진영에서도 두 사람의 ‘2선후퇴’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 때문에 범여권 대통합 논의의 교착상태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못하고 지리멸렬할 경우, 정 김씨에 대한 범여권의 압박 강도가 세지면서 결국 둘이 방향 선회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럴 경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주고받기’식 지분정치에 대한 모종의 물밑 교환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와 함께 대통합을 통한 양당 구도를 강조해 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속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박8일간의 독일 방문을 마치고 19일 오후 귀국한 DJ가 박 대표의 ‘특정 그룹 배제’ 조건 등으로 교착상태에 처한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 어떤 식으로든 의중을 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7일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대회 이후, DJ 일정 관계로 예방을 미뤘던 중도개혁통합신당 지도부가 조만간 DJ 예방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더해 DJ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움직임도 조직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통합논의와 맞물려 ‘동교동계 역할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형국이다. 동교동계 역할론이 ‘반박상천’ 기류와 맞물릴 경우까지도 범여권 안팎에선 상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21일 통합 협상을 재개하는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간의 논의 과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와 박 대표의 회동이 예정돼 있는데 대통합을 위한 선 소통합식의 접근방식의 구체화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