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큰 명박씨'가 뜬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조건없는 양보' 발표 이후 '한나라 당심'이 변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이 전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 기류를 보이며 민심에서도 '실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강재섭 대표의 경선룰과 관련한 당 중재안을 받아들였던 이 전 시장은 지난 14일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계속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면서 조건없이 양보키로 했다"고 전격 선언했었다.

    캠프가 이름 붙인 대로 '당과 나라를 위한 5.14 대결단'을 한 이튿날 이 전 시장은 대전을 방문했다. 당 중앙위 조직인 충청포럼 강연에서 "저쪽(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은 정권이라도 잡고 싸우지, 우리는 잡기도 전에 싸운다고 국민들은 볼 것"이라며 "우리가 볼 때 저게(여권) 한심한데, 국민이 볼 때는 한나라당도 한심하다고 하지 않겠느냐"면서 당의 변화를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 '이번에도 우리가 양보했다'고 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서로 말장난 할 필요없다. 대꾸할 필요도 없다"고 일축했다.

    4.25 재보선 참패 이후 강재섭 대표의 쇄신안을 받아들이고, 이후 당 경선룰 중재안 수용, 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다시 중재안 내용까지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분열로 치닫는 당을 항상 이 전 시장이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이 전 시장의 강연에 앞서 친박(親朴)성향으로 분류되는 이강두 정책위의장, 강창희 전 최고위원도 '결단'이라는 표현을 쓰며 "고맙다" "잘했다"고 지지했다.

    충청포럼에 참석한 김준성씨(44)는 "이 전 시장이 백번 잘했다"며 "실질적으로도 득이 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못해서가 아니라 이 전 시장이 더 앞서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또 당원인 오철교씨(51)는 "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대전이 박 전 대표의 강세 지역으로 알려져있지만, 양보 이후 변화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16, 17일 이틀간의 강원 방문에서도 이 전 시장을 달리 보는 시각이 느껴졌다. 강원도 속초·고성·양양, 동해·삼척, 태백·정선·영월·평창 지역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서는 이 전 시장이 소개될 때마다 "통큰 정치를 보여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강원일정을 동행한 허천 의원(강원 춘천)은 뉴데일리와 만나 "내가 헌신하겠다며 당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당원들이 많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지역 당심을 전했다. 그는 "'큰 사람'이라는 여론이 실제로 많이 들린다"고 설명을 더했다.

    '민심'에 있어서 이 전 시장의 '결단'은 확연한 '실익'을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YTN과 글로벌리서치가 공동실시, 18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지난 2일 같은 조사보다 3.6%포인트 상승한 38.3% 지지를 얻었다. '오늘이 투표일이라면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1%포인트 하락한 20.5%에 머물렀다. YTN은 "이 전 시장이 경선 룰 공방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태도유보층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화일보가 17일 보도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의 호감도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양보 선언 이후인 16일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이전(4월 26일 당시)에는 싫었지만 지금은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이 전 시장이 12.6%, 박 전 대표는 8.3%로 나타났다. 반면 '이전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싫다'는 쪽은 이 전 시장이 12.2%, 박 전 대표가 17.1%였다. 이 전 시장에게 유입된 지지층이 많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KSOI 한귀영 정책실장은 "경선논란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일정부분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