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재섭 대표가 제시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경선을 위한 중재안을 받아들인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9일 오후 "결심을 더 늦추면 국민들이 밤새 걱정하고 당원들이 혼란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중재안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은 10일 오전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제 17대 대통령선거 공식출마선언과 함께 예비후보 등록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충남 연기군 고려대학교 조치원 캠퍼스에서 열린 대전·충남지역 총학생회 연합 발대식에 참석한 뒤 천안으로 이동하는 중에 이 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뜻을 전했다. 그는 "나는 그동안 일관되게 중재안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혀왔었다"고 전제한 뒤 "국민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뜻과 당원들의 화합에 대한 열망을 생각해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민심비율이 많이 반영되지 않아 불만스럽다"면서도 "국민의 뜻과 당원의 의사를 존중해서 혼자 결심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거듭 수용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를 계기로 흐트러진 당원들의 마음이 하나돼서 12월 19일 대선에서 승리하자"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또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이재오 최고위원 등 실무진 등이 지금도 회의하고 있고 내일도 계속한다고 한다. (강 대표 중재안에서) 민심비율이 조금 더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이들이 내일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당 분위기와 국민 분위기를 봐서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박근혜 전 대표도 이 문제를 대승적으로 봐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후보들 입장에서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국민과 당원을 생각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강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내 뜻을 간접적으로라도 전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민심 대 당심 반영비율이 5대 5가 되지 않으면 이 전 시장이 손해를 보는 것이란 말이 있다"고 질문하자 이 전 시장은 "원칙대로 5대 5가 돼야 한다. 상대방은 100%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는데 우리도 최소한 제한된 인원에서 50%는 반영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그게 개인적인 유불리를 말한 것은 전혀 아니다. 본선에 갔을 때 상대는 국민후보, 우리는 당원후보라고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본선에 대해 걱정한 것이고 그런 점에서 5대 5를 주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듭 "개인 입장에서 주장한 게 아니라 본선을 생각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중재안 수용 발표 직전 박 전 대표가 '고스톱 치다가도 룰은 안바꾼다'는 주장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박 전 대표가 고스톱) 잘 치시나? 나는 못치는데"라며 가볍게 받아넘기는 모습을 보여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뒤 여유를 되찾은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강 대표의 중재안에 동의하기로 마음을 정하기까지 이날 이 전 시장의 표정은 편치 않았다. 당원간담회 마지막 일정인 천안에서는 "오늘 무슨 소리를 들어도 참아야지, 웃어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며 "오늘도 참고 있다"고 말했다.

    세차례 당원간담회 도중 깊게 고심하는 모습도 자주 비쳤다. 네거티브 공방 속에 이 전 시장 자신의 표현대로 '1대9로 싸우는' 상황에서도 '유쾌한 명박씨'를 유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경선룰에 관한 한 '지도부 일임' 입장을 밝혀온 이 전 시장 진영은 강 대표의 중재안을 처음 접하고 '당심 민심, 5:5 반영'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미흡하다는 반응을 나타냈었다. 이 전 시장 캠프인 안국포럼에서는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주호영 비서실장, 정두언 의원 등 핵심관계자들이 중재안을 대해 깊은 고민을 거듭했다.

    한편, 4.25 재보궐선거 참패이후 첫 당심잡기 행보를 재개한 이 전 시장은 당원들을 향해 '화합'과 '당의 개혁'을 역설했다. 이 전 시장은 충남 보령에서 가진 보령·서천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서 "요즘 가슴이 매우 답답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언론에서 계속 싸우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국민을 뵙기 송구스럽고, 당원 보기에도 미안하다"면서 "정치인이 할 말을 다해야 속이 풀리는데 말을 못하고 마음에 두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최근 심경을 토로했다.

    이 전 시장은 전례없이 재·보선 결과를 놓고 당을 향한 강도높은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후보면 누구든 다 당선된다' '아무나 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공천을 제대로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당이 인기가 좋으니 누구나 된다'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라며 비판했다. 그는 "국민은 당도 중요하지만 후보개인의 능력이 있나 없나 보는 것"이라며 "국민의식은 매우 발달했고 앞서 간다. 당이 이 점을 알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국민들은 '아직 한나라당이 정신 못차렸다'는 경고를 준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앞두고 국민의 뜻, 민심이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바라는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누가 경제를 살릴 것인가 바라보고 있다"며 자신을 부각시켰다.

    논산·금산계룡 당원간담회에서는 "한나라당의 방심과 오만이 이번 선거통해 나타났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제 12월 19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끝없이 개혁하고 비리를 척결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한나라당이 아니라 많은 것이 변했다는 신뢰를 국민으로부터 받아야한다"며 "당 지지도가 높으니 아무나 된다는 식은 안된다. 국민이 원하는 그 시대 사람을 공천해야 당선된다"고 소리높였다.

    이 전 시장은 거듭 당의 화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경선을 앞두고 현안에 대해 각자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다 보면 국민이 보기에는 꼭 싸우는 것 같을 수 있다"며 "국민을 위한 어떤 선의의 경쟁도 마다 않고 적극 참여하겠지만, 싸움에는 끼어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될 수 있으면 말을 삼가고 참으려 한다"며 "지나치게 감정이 상하게 되면 하나가 되는데 부담이 되니 누군가 하나는 참아야 한다"며 "그래서 '아, 그게 아니고 이렇다'고 말하고 해명하고 싶지만, 화합위해 그렇게 하려(말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결과적으로 당은 절대 분열이 있을 수 없고 하나가 돼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분열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역설했다.[=연기(조치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