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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들어오는 문제에 대해 선택할 때가 됐다"며 "10년 정도 목표를 세워놓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도 금융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해야한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경제계와 정치권에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 전 시장은 7일 오전 서울파이낸셜포럼 주최로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특강에서 "외국기업은 펀드라는 명목으로 들어와 외환은행도 사고 파는데 우리는 엄격하게 제한돼 산업자본이 들어올 수 없다. 공공성 강조 등 금융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으로 오히려 역차별이 되지않겠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주장은 한국 기업도 은행을 포함한 금융산업의 소유 및 경영이 가능해야한다는 뜻으로 기존 '금산분리 원칙'의 점진적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외국자본의 국내금융 지배를 막고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견이지만, 스스로 지적했듯 듣기에 따라 기업의 입장을 두둔했다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이다.
"'이명박이 완전히 산업자본을 들어오게 했다'고 신문에 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 대기업 출신이라 대기업을 두둔한 게 아니냐고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나는 대기업을 두둔하지도 배척하지도 않는다. 기본 생각은 자기힘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은 가도록 두면 된다. 간섭도 적게하고 지원도 해줄 필요없다. 정부가 해야할 역할은 시장경제원칙 하에서 탈락된 약자나 기본적으로 경쟁을 할 수 없는 계층을 복지측면에서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그는 "물론 부작용에 대한 염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며 "10년 정도 목표를 세워놓고 이 문제에 대해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가야한다. 14, 15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됐던 이 문제를 이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하며, 피해가 적은 쪽으로 결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재벌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고, 여러 측면에서 진화해야한다는 관점이 많다. 이러한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들어오는 문제가 조심스럽지만 물꼬를 트는 발언을 해야한다"며 "어쩌면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신중히 접근했다.
"산업자본 금융산업 들어오게 해야…외국자본은 은행사고 파는데 우리는 역차별"
"어쩌면 오해받을 소지있는 발언 하고 있다…그래도 어쩔 수 없다. 물꼬터야할 때"이 전 시장은 거듭 "대기업을 두둔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전제한 뒤, "우리 금융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산업 자체가 대규모화, 세계화 해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고, 정부꺼가 아닌 우리(국민) 소유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점진적 결단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불허하는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함에 따라 국내 은행에 대한 외국 자본 지배가 심화되고 있어 역차별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전 시장은 규제개혁 부문에 대해서도 향후 10년내에 4만달러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각종 규제를 단계적이고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부문도 국내 여건을 감안해 경제에 유리한 쪽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 규제의 경우,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총괄적으로 규제하는 포지티브 규제 대신, 금지사항만 제한적으로 규제하는 네가티브 규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권에서 하고 있는 네거티브를 해서는 되지만 행정에서 네거티브는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운하 공격에 "허망하더라…공격은 한마디지만, 난 설명해야하니"
"경쟁하다보면 소리도 나기 나름이지. 당이 왜 분열하나" 일축
이날 금산분리 원칙을 깨는 파격적인 구상을 밝힌 이 전 시장은 특강에 앞서 헤드테이블에 동석한 사람들에게 "정치부 기자들이 많이 와서 중대한 것에는 관심없고 다른 거 물어보려할 것"이라며, 언론이 당내갈등과 같은 정치적 문제보다 정책발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그는 손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올리며 "(정치적 질문을 하고 싶어) 여기까지 올라왔겠지"라고 말하기도.지난주 박근혜 전 대표와 벌였던 설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10년 연구한 (대운하) 공약을 하루 아침에 국민사기극이라고 하니 허망하더라"며 "공격은 한마디면 1분안에 끝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 설명을 해야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국민의식이 높으니 거기에 기대하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은 또 한 참석자의 대운하 구상 현실성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시비거는 사람이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알려질 때 됐다. 지금부터 알리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인 공론화에 나설 의사도 밝혔다.
특강후 이 전 시장은 당분열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쟁하다보면 소리가 나기 나름"이라며 "당이 왜 분열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하나가 돼서 잘 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선룰과 관련한 물음에는 "여기서 답변하고 저기서 답변하면 마찰이 생길 수 있으니 참고 나가겠다"며 "국민이 잘 알고 있으니, (당 지도부가) 시대정신에 맞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