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론을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분과 관련, 정동영․김근태 두 전직 의장이 사실상 5월말 탈당 결심을 굳히면서 향후 이들의 탈당 대열에 합류할 의원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당 안팎에선 ‘자칫 초라한 탈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론 갈등으로 30~50명의 대규모 탈당이 예상되지만 이들의 탈당 최종 목적지는 정․김 두 전직 의장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친정동영계로 불리다가 탈당한 한 의원은 “현실적으로 정 전 의장의 경우 채수찬 의원, 김 전 의장의 경우 기껏해야 이인영․우원식 의원 등 3~4명외에 누가 더 있느냐”고 말했다. 정․김 두 전직 의장이 당내 최대주주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결단이라는 의미를 갖는 탈당에 앞서 차기 대선구도와 그 이후의 총선 등 정치적 현실을 염두에 놓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탈당 의중을 내보이고 있는 의원들 가운데서도 최종 목적지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인 곳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당내 상황을 감안할 때도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전 의장의 경우, 그간 정동영계로 불리우던 의원들 중 핵심 의원들이 이미 탈당을 통해 김한길 의원을 축으로 한 통합신당모임에 적을 두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엔 대부분이 비례대표인 점을 감안할 때 탈당에 합류할 의원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정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김현미, 박영선, 박명광, 민병두, 김재홍 의원 등이 있다. 때문에 정 전 의장의 5월말 탈당 의중을 내비친 것은 사실상 당 지도부에 정치적인 ‘당 해체’ 선언을 통해 비례대표 의원들의 출당 조치 등 이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달라’는 일종의 압박성 카드가 아니었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장의 경우에도 계보 의원들의 분화 양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김 전 의장의 탈당 대열에 합류할 의원의 규모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간에는 최근 선명한 개혁노선을 앞세우고 있는 김 전 의장과 노선 차이를 보이며 미묘한 갈등이 포착되고 있는데, 사실상 통합론의 최종 목적지를 놓고 이견이 노정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봉주 의원 등 일부 김 전 의장계 의원들이 중도개혁 노선을 선호하면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의 연대에 노골적인 추진 의사까지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염두한 듯 김 전 의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 전 의장과의 동반탈당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탈당 대열에 가세할 또 다른 한축으로 열린당 내 재선그룹이 뽑히고 있지만 이들은 민주당과의 통합 내지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의 연대에 상당한 의중을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김 두 전직 의장들의 탈당 대열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낙마 직후, 정․김 두 전직 의장들의 탈당 시사 카드를 꺼내든 것은 범여권의 대통합이란 과제가 더 이상이 늦춰질 수 없다는 결단이란 의미도 있지만 아울러 당 지도부에 ‘당 해체’를 압박하는 동시에 계보 소속 의원들의 관리 차원도 다분하다는게 정치권 안팎의 설명이다. 정․김 두 전직 의장들은 5월말 탈당 시사를 밝힌 현재, 동반 탈당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과 접촉, 범여권 대통합을 위한 노력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