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전여옥 이야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기록은 무섭게 남는다. 2002년 대선을 4개월쯤 앞둔 8월, 가수 조영남과 평론가 전여옥이 정치를 놓고 대담한다. 전여옥이 한나라당에 들어가기 전이다. 전여옥의 이야기.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안됐으면 좋겠다. 이번 대선에서는 가난과 실패를 겪어본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 자수성가한 사람 말이다… 그래서 이회창씨보다 노무현씨가 낫다고 생각했다. 부산에서 2년반 동안 요트에 미쳤다고 알려졌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었죠. 단순히 호화생활을 했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실컷 놀아봤으니 앞으로 사고 덜 치겠다고 생각했다.” 전여옥이 노무현을 지지한다?

    전여옥의 김대중(DJ)론이 이어진다. “사실 저는 햇볕정책 지지자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희석된 건 다 햇볕정책 덕분이었다. 어차피 통일은 될 텐데 적대시하면 할수록 통일비용만 올라간다.” 전여옥이 DJ 지지자? 기자가 끼어들어 묻는다. “하지만 서해교전으로 우리 군 5명이 죽었다.” 전여옥의 답변. “정말 돌 맞을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는 휴전국이기 때문에 어차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분단국에서는 있을 수 있는 사건이다.” ‘주간조선’에 실린 좌담에서다.

    그런 전여옥이 2004년 3월 노무현 탄핵 사태를 다룬 TV 토론에 나와 노무현을 격렬히 비판하며 탄핵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 토론을 당대표 최병렬이 보았다. 곧바로 전국구로 스카우트됐다. 대변인 전여옥의 거침없는 노무현 김대중 공격이 보수·우익의 피를 끓게 했다. “대통령은 대학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 “5억달러를 개인계좌에 넣어준 뒤 김정일이 껴안아주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치매든 노인처럼 얼어 있다 합의한 것이 6·15선언 아니냐.” 경질 사유에 해당하는 말 실수였다. 그러나 당대표 박근혜는 ‘충성녀’ 전여옥을 감쌌다. 전여옥은 여세를 몰아 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박근혜 캠프에서도 전여옥은 박근혜로 통하는 수문장이었다. 그런데 전여옥이 돌연 박근혜를 향해 “주변 의원들이 무슨 종교집단 같다. 그 캠프에서는 ‘이명박은 악(惡)이고 박근혜는 선(善)’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남의 일처럼 비판했다. 박근혜를 향한 ‘충성 모드’의 원조가 누군데. 박근혜가 말렸는데도 최고위원 자리를 던졌다. 박근혜 지지도가 1위를 유지했어도? 정치인의 변신은 무죄? 무서운 게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