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낙마로 생긴 공백을 놓고 범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적잖은 신경전도 감지되고 있는 모습인데, 범여권의 대선경쟁이 슬슬 달아오르고 있는 조짐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이날 오후 5시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전격 회동을 갖는다. 이들은 이날 회동에서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 등에 따른 현재의 범여권의 전반적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진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열린당 창당 당시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으로 불리면서 창당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만큼, 현재 구심점 없이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범여권의 통합 추진 상황에 향후 어떤 역할로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회동을 놓고 인물중심의 통합론과 세력중심의 통합론이 모두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대선주자연석회의에 상호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지지부진한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시간상으로도 뭔가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고육책 성격으로도 대선주자연석회의 여부에 대한 공감대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대선주자연석회의가 가시화될 경우 열린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집단탈당이 이뤄질 것이며 자연스런 열린당 해체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 전 의장은 정 전 총장의 낙마에 관련, ‘5월 정치권 빅뱅’을 언급하면서 결단적 차원의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천 의원도 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책적 측면에서 5월부터는 정치적 역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측근 의원들이 전하기도 했었다.

    아울러 정 전 총장의 낙마로, 막연한 '개인기' 위주의 인물중심 대통합신당론이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정책과 노선의 연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들의 향후 움직임에 이목을 쏠리게 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의 중도노선 연대를, 천 의원은 김근태 전 의장 등과 함께 범여권의 개혁노선 연대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날 회동에선 대선후보자간 연석회의 내지는, 각 노선별로 연대움직임을 구체화해 범여권의 대선구도를 단순화한 후 ‘돌파구’를 찾자는 쪽으로의 공감대로 형성될 것으로도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양측간에서 적잖은 신경전도 엿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자칫 범여권의 통합 추진 작업 과정에서 주도권을 의식하는 듯한 양상을 내보였다. 한 측의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오늘 회동 사실을 어느 한 쪽에서 흘린 것 같다”며 매우 불쾌해 하면서 “이런식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라며 발끈했다.

    한편 정 전 의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시사프로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 출연, “5월이 일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정치권 전체의 빅뱅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돼야만 없었던 가능성이 범여권에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이 과정에서)제가 해야할 몫이 있다면 저는 그것을 피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뭔가 역할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정 전 의장은 “범여권쪽은 시간이 없다”고도 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손 전 지사와의 연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참 어려운 결단으로 야당을 나오셨는데 충분히 협력하고 또 서로 협력하면서 경쟁할 수 있다 생각한다”면서 “지난주에 통화를 했으며 꼭 한번 보자는 얘기를 하며 서로 안부를 나눴다. 적절한 시점에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길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