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이목이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에게 쏠리고 있다. 범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영입 1순위였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낙마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서다.

    손 전 지사는 현재 범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손 전 지사는 정 전 총장이 대선불참 선언을 하던 같은 시각, 자신의 지지모임인 ‘선진평화포럼’ 발족식을 갖고 사실상 대선 출정의 깃발을 올렸다. 

    정 전 총장의 낙마로 범여권의 세력 중심이 손 전 지사에게로 옮겨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간 열린당 내에서는 김부겸․정봉주 의원 등을 중심으로 손 전 지사 지지세가 꿈틀거렸었다. 정 전 총장의 낙마로 손 전 지사에 대한 기대심리가 한층 높아진만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일정을 감안할 때 시간도 여의치 않다. 범여권의 대선을 향한 정치적 상황이 손 전 지사에게로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열린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제는 대선 경선 출마 의지가 확고한, 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손 전 지사는 ‘선진평화포럼’ 발족식에 이어 늦어도 내달 초까진 자신의 독자세력화를 위한 정당의 전초기지인 ‘선진평화연대’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의 참여 여부가 핵심인데, 정 전 총장의 낙마이후 현재의 범여권의 상황으로 볼 때 손 전 지사의 ‘선진평화연대’ 출범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범여권의 또다른 일각에선 손 전 지사에게로의 쏠림현상 운운은 성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균 열린당 의장은 1일 오전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으로) 어떻게 보면 불확실성도 사라지면서 통합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면서 “그렇게 볼 때 한쪽으로 쏠리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전 지사는 범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중의 한명으로, 연대의 대상 차원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손 전 지사 중심의 세규합을 의미하는 쏠림현상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정 의장은 “다른 잠재력 있는 후보들, 또 다른 정파와 정당들이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면서 손 전 지사외에도 다른 주자들의 움직임도 한층 가속화될 것이 분명한 만큼 손 전 지사에게로의 쏠림현상 전망에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열린당 최재성 의원도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 직후 뉴데일리와 만나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에게 열린당 소속 의원들이 탈당해 합류하는 것은 국민들이 볼 때 좋은 그림은 아니다”면서 손 전 지사에게로의 급속한 세몰림 전망을 경계했다. 손 전 지사는 아직도 한나라당 탈당에 대한 명분에서의 약점이 있다는 의중이다.

    이와 맞물려 범여권 안팎에선 정 전 총장의 낙마가 범여권의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자신들의 대선행보에 속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큰 만큼, 이들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범여권의 의원들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는 신중한 접근을 내비쳤다.

    다른 대선주자들의 대선행보 속도 높이기 전망과 맞물려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조직력과 정치력에서 범여권의 여타 주자들보다 앞서있는 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의 향후 움직임에 범여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정 전 총장이 빠진 범여권의 대선구도에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 중심의 대결구도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친노그룹의 후보와 시민사회세력의 후보가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이뤄진다면 정 전 총장의 빠져도 흥행면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전망도 범여권 안팎에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