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됐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전격적으로 대선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범여권에 불어닥칠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범여권은 일제히 선호도 높은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에는 안타까워하면서도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엔 장애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 전 총장은 4․25 재보선 직후 정치참여에 대해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일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범여권의 핵심관계자들이 잇달아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으로, 범여권의 대통합 추진 기류가 원점에서부터 재논의로의 회귀가 불가피해졌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웠던 후보중심 통합신당론이 한동안은 방향타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으로 정치권 밖의 인사들보다는 정치권 내의 자생적인 정계개편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세력규합 여부에 관심이 쏠리며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등 다른 주자들도 대선을 겨냥한 잰걸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당 추가탈당 움직임 여부도 또다른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고건 전 국무총리의 대선불참 선언에 이어 정 전 총장까지 대선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범여권의 통합에 대한 기류 변화도 예상된다.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 속도는 = 일단 범여권은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으로 대통합신당 추진에 속도감을 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정 전 총장이라는 유동변수가 사라졌으니 그간 ‘대기상태’로 후보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여의치 않았던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에 한층 속도감이 붙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열린당 최재성 대변인은 “대통합신당을 향한 시간표가 앞당겨진 느낌”이라면서 “모든 것이 심플해졌고 속도감을 붙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열린당 집단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도 “정 전 총장이 반한나라당 진영으로 하여금 그동안 큰 기대를 갖게 만들었지만 정 전 총장의 불출마가 향후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에 장애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호도가 높고, 학자 출신이라는 참신성에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성과 경제학자라는 전문성 등 잠재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정 전 총장이었던 만큼 그 충격 속에서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력에 한계가 노정되면서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열린당이 내세우는 후보 중심의 통합신당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그 반대편의 국민적 대결구도, 즉 대선에서 어떻게 구도를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므로 “한나라당 반대편의 후보가 5명이 되든 6명이 되든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열린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후보가 누구냐 하는 것보다는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대결구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열린당의 후보중심 대통합신당론도 애초 정 전 총장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손학규 중심으로 세규합 이뤄지나 = 정운찬이라는 선호도 높은 후보가 빠짐으로 인해 또 다른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손 전 지사에게 관심이 쏠릴 것을 예상할 수 있지만 급속히 범여권이 손 전 지사에게로 쏠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범여권 안팎에서 나온다.

    열린당 최재성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에게 열린당 탈당파가 합류한다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좋은 그림이 아니다”면서 급속한 손 전 지사에게로의 세몰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의원은 “손 전 지사의 구상이 입체적으로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세몰림이)어렵다”고 못박으면서 긴 호흡의 움직임을 예상했다. 

    이와 함께 범여권은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등 다른 주자들에게는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여권의 한 의원은 그간 정 전 총장 때문에 다른 대선주자들은 “비통해 하지 않았느냐”면서 “잠재적 대선후보들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공정한 대선 경선이 가능하겠느냐는 생각을 해왔던 다른 대선주자들이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을 계기로 잰걸음을 걷기 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으로 상당한 충격은 받은 충청권 의원들은 “정 전 총장 본인, 개인이 결단한 사안이니 뭐라 말하기 그렇다”면서도 대단히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한 충청권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일인 동시에 매우 아쉽다”면서 “어느 정도 (대선불참 선언)낌새는 받았는데…”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