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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7일 “참여정부의 국정실패를 자인하라고 강요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대표로 활동하게 될 ‘참여정부평가포럼’ 창립대회장에서다.
‘참여정부평가포럼’은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들과 친노인사들이 주축이 된 조직으로,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강당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향후 강연과 토론회 등을 통해 참여정부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올바른 이해를 위한 참여정부 정책공과 평가에 나서겠다는 취지인데 순수한 의도로만은 비쳐지지 않고 있다. 당장 정치권에선 친노(親盧)세력 재결집을 통한 정치세력화에 나서 가깝게는 올 연말 대선을, 멀게는 대선 이후의 총선 등 ‘퇴임 후 노무현 정치’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포럼의 대표인 이 전 실장은 “정치와는 전혀 관련 없는 것”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날 창립기념강연에 나선 이 전 실장의 발언은 너무도 정치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이 전 실장은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경제는 파탄났고 대한민국은 다 망했다고 하는데, 근거를 대라하면 아무것도 없다”면서 “심지어는 동네 강아지가 '깽깽' 거려도 노무현 탓, 넘어져도 자빠져도 모두 참여정부 탓을 한다”며 포럼을 제안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실장은 “이 때문에 때론 억울하고 분노도 느꼈다”면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절대적이다. 감히 어디다 비교하느냐. 민주주의도 뭐 부족한게 있었느냐”면서 이런 참여정부의 성과들이 전달과정에서 왜곡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 전 실장은 “국가경제가 파탄나고 총체적 위기라고 주장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종합주가지수, GDP, 외환보유고 등이 두배이상 널뛰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수치 통계가 참여정부가 개판을 쳤다고 하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냐”고 흥분하기도 했다.
이 전 실장은 그러면서 “이제는 전도사가 돼서 참여정부에 대한 누명이 씌워진 것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올바르고 정당한 평가를 알려야 한다”면서 “(국민인)소비자와 직거래하고 (정책홍보의 언론)독과점 유통구조의 횡포를 막아내야 하겠다”고 말했다.
왜곡되고 누명이 씌여진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올바르게 따져서 알리겠다는 취지인데, 포럼 발족의 시기면이나 평가대상자들이 오히려 평가의 주체자로 나선 점과 포럼 참여 회원들의 면면을 볼 때 다분히 정치적 측면이 내포돼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열린당의 정책위원회의 핵심 의원측은 “노무현 정부가 지난 4년 반동안 정책면에서 크게 잘못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평가포럼까지 만들어서 대대적으로 홍보할 정도로 큰 성과를 낸 것도 없다"면서 이 포럼이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내비쳤다.
범여권의 또 다른 한축인 통합신당모임도 “정부정책의 정당성만 강변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 포럼의 발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회원모집을 하고 있어 정치세력화를 도모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포럼 발족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무현 당’의 서곡이 아니냐”면서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다. 국민들이 엄중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치세력화 도모 우려에 대해 포럼측은 부인을 했는데, 포럼의 집행위원이자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는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들에게 국정보고를 한다는 차원”이라면서 “이 결과로 나타난 정치적 성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단 참여정부에 대한 올바른 평가 작업이라는 취지로 포럼이 발족되는 것이지만 정치세력화 여부에 대해서는 열려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안씨는 “포럼이 당초 목적한대로 내용과 형식에 충실할 계획”이라면서 “액면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도 정치세력화 여부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자, “이런 오해를 풀기위한 ‘포럼’도 만들어야 하겠다”면서 정치세력화 여부에 대한 분명을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포럼 창립대회에는 참여정부에서 장관(급)을 비롯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들과 노 대통령의 최측근들 그리고 열린당내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김혁규.김종률.이화영 의원 등이 참석, 마치 노 대통령의 지난 대선 캠프를 방불케했다.
또 포럼에는 ‘열렬노빠’ 명계남씨,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 노혜경 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등도 회원자격으로 참석했다. 포럼을 실무적으로 이끌어갈 집행위원장엔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과 명계남씨가 맡기로 했으며 안희정.여택수씨 등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포럼의 고문에는 송기숙 전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과 이상희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이, 자문위원에는 김병준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기명씨가, 운영위원에는 김희택 전 민주평통 사무총장,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창립대회에선 본행사에 앞서 홍보동영상물이 10여분간 방영돼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의 격정적인 증인 질의모습에서부터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최종 확정되는 당시의 모습, 그리고 ‘노무현의 눈물’, 대통령 당선자의 모습 등을 담은 장면이 생생하게 나와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마치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아~ 옛날이여’를 외치는 것 같았다.
이날 행사에는 김병준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서주석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이기명씨,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 명계남씨,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4월 27일은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된 그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