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은 25일 경기도 화성과 대전 서구을, 전남 무안.신안 등 국회의원 보궐선거 3개 지역을 비롯 총 56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재보선 결과에 대해 대체로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유일하게 후보를 낸 경기도 화성의 경우 자당 후보가 패배했지만 범여권의 대통합이라는 명목하에 사실상 '연합공천'의 형태를 띄고 선거운동이 진행됐던 대전 서구을과 전남 무안.신안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진한 기대감마저 베어있는 모습이다.    

    특히 대전 서구을과 전남 무안.신안 등 국회의원 보궐선거 외에도 기초단체장 등의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맞서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을 했다는 점에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졌던 한나라당의 공천비리 등 불법선거 의혹에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규정하면서 적잖이 흥분하는 모습도 엿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서혜석 대변인은 재보선 승패의 윤곽이 대체로 결정된 직후인 이날 저녁 11시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 불패 신화가 부패 신화로 무너졌다"며 이번 4.25 재보선의 결과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서 대변인은 "(이는) 오만과 자만에 빠져 기드권에 안주하는 정치세력에 대해 국민들이 준엄한 경고를 한 것"이라면서 "돈정치, 부패정치의 부활로 '정치개혁의 공든 탑'이 무너지고 구태정치로 회귀하는 것만큼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국민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로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고 범개혁민주세력의 대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확인됐다"며 "대통합을 향한 최소한의 교두보와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두려운 마음으로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득권포기' '헌신과 희생'의 낮은 자세로 대통합의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당 의장도 재보선 후보자의 당락 윤곽이 드러난 직후, "한나라당이 그간 대단히 오만하게 처신했다"며 "일련의 선거부정, 후보매수 등 과거정치로 회귀하는 모습에 대해 국민들의 심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정 의장은 이어 "이번에 우리는 통합이 가능한 세력 대 한나라당 구도로 선거를 치루는 노력을 했는데 실질적 통합세력이 성공함으로써 그 여세를 몰아서 대통합을 잘 추진한다면 올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누를 수 있을 것이며 그 가능성을 보여준 선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일단 열린당은 이번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대세론에 대한 국민적 견제심리가 작용해 한나라당 대세론 고착화를 저지하는 동시에 '반한나라당' 세력의 결집 필요성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 발판이 됐고,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부패정당'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부대효과도 얻은 만큼 올 연말 대선에서 한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해줬다는 판단들이다. 

    특히 '연합공천'을 통해 반한나라세력 결집을 이뤄내 이같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는 향후 대통합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까지 예상하며 적잖은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속으로는 이번 재보선에 한껏 의미를 쏟아부으면서 내심 올 연말 대선을 기대하는 눈치인데, 당 주변에선 이같은 재보선에 대한 지나친 의미부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연합공천'의 형식을 빌어 국중당의 심 후보와 민주당의 김 후보를 지원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자위'하는 꼴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범여권의 대통합을 위한 연합공천이라는 명목으로 자당 후보인 박범계씨의 출마마저 눌러앉혔는데 당사자인 심 후보와 김 후보가 이를 연합공천으로 생각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심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내내 자칫 범여권의 후보로 인식될 경우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열린당과는 분명한 거리를 둬왔었다. 

    후보도 제대로 내지 못한 선거에서의 공당으로 역할과, 한때나마 집권여당이었는데 자당 소속의 당선자는 없이 '자위'할때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당내 안팎에서는 이번 재보선의 대결구도가 애초부터 열린당을 제외한 상황에서의 승리였다는 점을 내세워 향후 당 해체에 대한 거센 당내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역으로 그간의 한나라당의 불패 신화는 열린당의 '무능'탓이었던 만큼, 당 해체만이 대선에서의 승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결국, 경기도 화성의 자당 소속 후보의 패배와 대전 서구을의 박범계 후보의 출마를 눌려앉히는 등의 한때나마 집권여당이었던 체면은 안중에도 없이 속으로는 내심 새로운 범여권의 구도변화와 대선승리의 실날같은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한껏 부풀어있는 모습인데, 그리 기대감에 차있을 때가 아니라는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한편 열린당은 이날 저녁 8시부터 정세균 의장을 비롯 송영길 사무총장,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 원헤영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영등포 중앙당사 2층 지도부회의실에 모여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으로 재보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떴다. 열린당은 투표 시작부터 자당 후보의 당선 여부보다는 국중당과 민주당 후보의 당선여부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