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이 전 시장이 되는 게 낫다”(?)

    범여권 일각에서 올 연말 대선구도와 관련, ‘한나라당 후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 오히려 범여권에 좋다’식의 말이 서슴치 않고 나돌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지지율 수치상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경우 범여권의 완패가 예상되며 이럴 경우 국민들의 견제심리가 작용해 차기 총선에서 범여권의 운신의 폭이 커진다는 것.

    이는 변변찮은 대선주자 한명없고 대통합신당 추진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나온 한탄조에 가까운 발언이지만, 최근의 범여권의 상황을 여실히 반영해 주고 있다는게 범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총선에서라도 유리한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고육책’이지만, 은연중 대선보다는 차기 총선에 더 큰 의중을 두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꼴.

    실제 범여권은 고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은 지지부진한만큼 당장의 대선도 걱정이지만, 대선 이후 총선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단일 정당이 어려우면 연합이라도 해서 단일 후보를 내면 된다’지만 이것마저도 여의치 않다. 당장 대선이야 그럭저럭 치르겠지만 4개여월 뒤에 곧바로 치러질 총선은 어떻게 하느냐는 고민이다.

    이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범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차기 대선후보군간의 치열한 지분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범여권 안팎의 판단이다. 실제 범여권의 충청 출신 의원 등을 비롯해 충청 지역 주요 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새로운 정책정당 추진을 위한 대전․충남본부’가 22일 공식 출범하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 일부 충청권 의원들은 소속 당의 공식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4․25 재보선에서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바도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을 넘어 총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현역 의원들의 고민도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난제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범여권 일각의 ‘고육책’으로 이 전 시장이 차라리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게 낫다고는 말은 하지만, 대선에 이어 4개월여 뒤 치러질 총선에서 과연 국민들이 견제심리를 발휘해 표를 몰아줄 지도 의문이다. 이들은 대선의 기세가 총선에도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범여권 소속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지만, 일단은 총선에 초점을 맞추며 대통합신당 추진 구도를 그리는 분위기다. 이는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