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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소위 범여권의 통합 작업이 공교롭게도 호남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형국이다. 범여권의 전통적 지역 지지기반인 호남이 각 정파간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상이 되면서 오히려 통합 논의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장 열린우리당 집단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간의 중도개혁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협상이 결렬된 것도 따지고 보면 호남에 대한 각 정파간 입장과 무관치 않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절대적 영향력을 내세워 현재 상황의 변화를 수반하는 일체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신당 지분 등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통합신당모임도 자칫 신당이 ‘도로 민주당’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앞세워 신당의 추진 방식 등에 '제 목소리‘를 고수하면서 협상 결렬 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통합신당모임 내부에선 ‘호남세력인 민주당을 반드시 끼고 가야 한다’는 이강래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협상파와, ‘호남세력인 민주당은 대통합추진에서 원오브뎀(one of them)'이라는 김한길 의원의 독자신당추진파간의 이견도 일면서 민주당과의 협상 작업이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호남을 둘러싼 범여권 내 각정파간 인식의 차이가 신당 추진 협상 과정에서 쟁점으로 일면서 오히려 호남이 범여권의 통합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됐다는 관측이다. 또한 이런 흐름과 맞물려 호남 맹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범동교동계 그룹의 ‘민주당 복원’을 위한 민주당 내부 기류도 신당 추진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최근 범여권 내부에서는 '호남에서 뭔가 큰 기류 변화가 오지 않으면 통합 작업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호남의 기류 변화를 촉구하는 말도 나오다.
이에 따라 이들은 당장 25일 전남 무안·신안 보궐선거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의 당락 여부가 통합 추진 작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범여권 내부에서는 김씨가 떨어지면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민주개혁세력' 진영에 강한 위기의식을 불러와 오히려 결속력이 강해지는 계기가 돼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수 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또 홍업씨가 지지는 않더라도, 이재현 무소속 후보(전 무안군수)에게 몰리는 여론의 비율과 늘 한자리수에 그쳤던 한나라당 후보가 두자리수 지지율로 선전하는 상황을 감안한면 과거의 맹목적인 ‘호남’의존 세력도 태도를 바꿀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전망도 있다.이와 맞물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 대통령 정무특보)를 비롯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참여정부 평가포럼’이란 조직을 구성키로 한 것이 가깝게는 대선을 겨냥한 친노진영의 영남후보론과, 멀게는 차기 총선을 겨냥한 친노세력의 정치권 진입 시도로 비쳐지고 있는 점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호남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영남후보론을 띄워 대통합 신당 논의 과정에서 대선이 아니라 그 이후 2008 총선에서 사전 지분을 확보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과 영남의 지역구도를 넘어서는, 일종의 '퇴임후 노무현 정치'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