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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 <‘머슴’- 맹형규·홍준표·임태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손학규가 한나라당을 걸어 나간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에겐 축복이었다. 왜? 와장창 한나라당이 무너질 것이라고 놀랐던 보수·우익 유권자들이 위기감으로 똘똘 뭉쳐 박근혜 이명박을 더 강하게 떠받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지지도를 합친 것이 70%대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러나 이명박과 박근혜는 축복에 취해버려 경선 룰과 같은 시시콜콜한 문제로 싸우며 피곤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이들의 ‘2인극(劇)’은 그 옛날 김희갑 황정순 선생이 영화 ‘8도 강산’에 나와 싸울 필요도 없는 문제로 티격태격하며 스토리 텔링을 이끌어갔던 것과 똑같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싸우는 것도.
범여권의 대선후보 제조 전문가들은 기필코 ‘손학규 + 정운찬 + 정동영 + 문국현 + 한명숙 + 유시민 + 김근태 + 김혁규 + 강금실 + a'가 총등장하는 프로를 만들 것이다. 유권자들은 지금 딴 채널에서는 딱히 볼 만한 프로가 없기 때문에 박근혜·이명박 2인극을 지겹지만 틀어놓고 있다. 하지만, 범여권이 요즘 인기가 있는 장동건 고현정이 출연하는 듯한 ‘멜로극’, 아니면 시끄러워 보지 않을 수 없는 ‘엽기 드라마’로 이명박과 박근혜의 시간 죽이기 드라마에 대적하고 나오면 변덕스러운 유권자들은 채널을 홱 돌려버린다. 박근혜 이명박의 지지도에서 바람이 훅 하고 빠져 나갈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범여권 대선후보군의 밑그림이라도 가시화하면 가장 먼저 호남표가 뭉치게 될 것이다. 호남풍(風)만 생기면 그 바람은 충청으로 넘어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만들었던 ‘호남 + 충청 연맹’이라는 전통적인 지역 짝짓기 구도를 복원시키고, 마침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휩쓰는 폭풍으로 바뀔 수 있다. 한나라당의 영남권 자민련화(化). 서부 지역 전체를 맹타하는 남풍(南風)은 일순 영남이 고향인 이명박·박근혜의 한나라당을 그렇게 위축시킬 것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두번 패한 것은 호남과 충청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수도권이라는 중원(中原)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수도권에서 간단히 밀릴 수 있다. 왜? 수도권의 재선·3선 국회의원 그룹이 이번에도 나라를 구하겠다는 전사(戰士)보다는 무임승차하려는 처신과 대세 편승의 달인들로 꽉 차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탈당후 식상해져가는 경선 구도를 깨고 나라를 구하겠다며 출마하고 나서는 사람이 수도권에서 단 한명도 없는 것이 한나라당이다.
수도권 3선 그룹인 서울 송파 맹형규(61)와 동대문 홍준표(53),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대선을 두번이나 망친 선배들의 뒤만 쫓고 있는가. 일가를 이룰 나이와 경력에도 불구하고 중립인 체 적당히 처신하다가 국회 상임위원장, 그러다가 운 터지면 국회 부의장하고, 그 때도 국회의원 계속할 수 있으면 또 대선주자에 줄서서 국회의장 노려 볼 요량? 이게 노예 근성이고 머슴 정치다. 수원 남경필(42) 고양 일산 김영선(47) 양평 가평 정병국(49), 누구 덕에 금배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 덕에 3선까지 된 게 부끄럽지 않은가.
수도권 재선 그룹인 분당 임태희(51) 영등포 권영세(48) 종로 박진(51) 안양 심재철(49) 송파 박계동(55), 김대중·노무현·김정일을 향해 비판다운 비판 한번 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고해서 서울시청 궐기대회에 한번이라도 나가본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을 거덜내는 세력을 향해 단 한마디도 못하는 겁쟁이들이더니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도 몸만 사리고 있다. 맹형규·홍준표·남경필의 ‘3선 트로이카’와 임태희·권영세·박진의 ‘재선 트로이카’가 ‘연합군 후보’를 만들어 진부한 ‘이명박 박근혜 쇼’를 바꿔버리겠다는 정치적 상상력도 없다. 서울대 교수 박세일,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이석연을 끌어들이고, 여기에 원희룡 고진화를 참여시키고. 10명 안팎 주자들 간의 대하 드라마로 흥행 대박을 떠트리겠다는 전략적 사고도 없다.
제3기 좌파정권이 들어서든 말든 머릿속은 개인적인 욕심의 거품으로만 가득 차 있다. 애국심과 영혼의 부재! 유권자가 이들에게 두번 세번 금배지를 잘못 달아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