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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두 유력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모두 한나라당이 '중도'쪽으로 '좌 클릭'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는 학계 전문가들 모임 '정책과 리더십 포럼(회장 신명순 연세대 교수)'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답했다고 조선일보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과 포럼은 연말 대선 때까지 대선 후보들에 대한 평가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포럼 측의 객관식 질문 중 '한나라당의 이념적 좌표를 좀 더 중도 성향으로 옮길 필요가 있는가'란 질문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박 전 대표측은 의견 첨부를 통해 "헌법 가치를 기키고 국익을 지키는 것도 중도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원희룡 의원과 고진화 의원은 이 설문에 '강한 긍정',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약한 긍정'을 답해 한나라당의 네 명의 대선 후보 모두 한나라당의 중도 이동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입장이 갈린 설문은 '자신의 임기를 줄이면서 4년제 대통령 임기 개헌을 할 용의가 있다'다. 이 질문에 이 전 시장은 '약한 부정', 박 전 대표는 '강한 긍정'이라고 답한 것. 박 전 대표측은 "평소 소신인만큼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회복을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 또는 민주당과 제휴할 용의가 있다'는 문항에 네 후보 모두 긍정적인 의견을 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포럼 소속 전문가들은 "이념적으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거의 비슷한 정도로 '중도 보수' 성향을 보였다"면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선 이 전 시장이, 사회문화 정책에선 박 전 대표가 보수성이 다소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경제 최우선" 한 목소리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경제관은 모두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분야 8개 질문 중 6개에서 두 후보의 대답이 일치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성장이 분배보다 우선한다 ▲교육시장을 보다 개방한다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대상자를 늘린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는 항목에서 모두 약한 긍정, 즉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두 후보가 차이를 보인 질문은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야 한다(이 전 시장 '약한 긍정', 박 전 대표 '약한 부정') ▲노동자의 해고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 전 시장 '약한 긍정', 박 전 대표 '약한 부정') 두 문항이었다.
◆이·박 사학법 재개정 지지, 고교 등급제 부정적
사회문화 분야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을 나타냈다. 교육 분야의 ▲고교 등급제는 실시돼야 한다 ▲사학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문에 두 후보 똑같이 대답했다. (고교등급제 '약한 부정', 사학법 '강한 긍정')
이어 두 후보 모두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항목에 '약한 긍정'이라고 답했다. 반면 '스크린 쿼터제를 축소해야 한다'는 문항에선 박 전 대표의 입장이 '강한 부정'으로 이 전 시장의 '약한 부정'보다 강한 입장을 표시했다.
◆대북 포용정책 성과엔 '부정', 기조유지엔 이 '약한 긍정' 박 '약한 부정'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뚜렷이 갈라졌다.
이 전 시장은 지난 9년간의 포용정책에 대해선 '강한 부정' 평가를 내리면서도,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약한 긍정')을 보였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지난 정부의 포용정책에 '약한 부정' 평가를 내리고, 그 기조를 유지하는데도 '약한 부정'이라고 답했다.
두 후보는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의 합의 틀이 정체되거나 악화될 경우, 대북 제재를 통한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는 설문에 '약한 긍정'이라고 답했다. 포럼 측은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의 답변'이라고 분석했다.
외교안보 설문 결과, 포럼 측은 이 전 시장이 북한 및 한미 관계에서 보다 강한 보수적 입장을 보인 반면, 박 전 대표는 중도 보수인 것으로 분석했다.
'정책과 리더십 포럼'은 한국정치학회장 출신인 신명순 연세대 교수를 비롯해 8명의 전문가들이 만든 모임이다. 참여 명단은 신 교수 외에 장훈 중앙대 정외과 교수,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심준섭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연구관,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