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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한나라당 추천)이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과 방송 간부 등을 만나 나눈 술자리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관련, 열린우리당이 마치 대단한 ‘음모’라도 발견한 양 한나라당 등을 향해 연일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번 녹취록건에 대해 재집권 여부의 ‘사활’이라고 걸고 나선 듯한 모습이다.
국회 문화관관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은 9일 오전 MBC 라디오 시사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당시의 술자리를 “방송테러 예비음모모임”으로 규정하면서 “이런 분들이 역할을 계속해야 되느냐 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이어 “예비음모로 그친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겨진 게 있다”면서 의혹 ‘확대’(?)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을 내보였다.
이에 앞서 열린당은 이번 녹취록 사건에 대해 당 대변인 등은 물론, 방송위원회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이슈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서혜석 대변인은 8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강 위원은 방송위원회 추천시부터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한 결격사유로 지적돼 왔었다”면서 “그런 인사가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의 핵심 측근과 방송사 현직 간부 등과 모여 특정 정당 대선 승리를 위한 실천방안을 논의한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면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서 대변인은 이어 “그러나 한나라당은 ‘술자리에서의 개인적 발언’이니, ‘도청공화국’이나 하면서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한나라당의 ‘방송장악 음모’와 ‘방송위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혹’만 부풀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진상에 대해서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6일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이번 녹취록 사건을 규탄하면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발언이 끊이질 않았다.
윤원호 최고위원은 당시 회의자리에서 “현대판 자객들의 대화를 보는 것 같다”면서 “단순히 사퇴로 끝낼 일은 아니다. 자체조사를 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병문 의원도 “(당시 술자리는) 단순한 사적모임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대통령선거를 위해서 어떻게 방송을 장악할 것인가, 또 어떻게 대통령선거에서 방송을 이용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대책을 세우려고 모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5공식 언론장악을 위한 대책회의”라면서 강 위원의 사퇴와 한나라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당무부대표를 맡고 있는 강기정 의원도 “한나라당을 정치공작당, 음모당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으며, 조직부총장인 김교흥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선, 언론공작 부분에 대해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나 관계기관의 수사착수를 의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강도 높은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정세균 당의장도 “지금 어떤 세상이고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데, 아직도 5공, 6공식의 공작정치를 시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서 우리가 절대 그냥 둘 수 없다”면서 “단호하게 조사해서 진상규명도 철저하게 하고 책임추궁도 확실하게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공세의 고삐를 바투 잡았다.
이에 대해 강동순 위원은 9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저도 공인이긴 하지만 방송의회의 성격을 띤 방송위원회에서 야당을 대표해서 추천을 받을 사람이고, 제가 문제가 된 내용은 구체적인 행동의 결과로 나온 범죄 행위가 아니고 사람의 생각"이라면서 "사람의 생각을 가지고 공적생활과는 구분이 되어야지 생각자체를 단절하는 것은 과거 우리 권위주의 사회에서 고무, 찬양, 이런 생각만 갖고 단죄했던 폐해를 연상케하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녹취록은 작년 11월 강 위원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신현덕 전 경인방송 대표와,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과 방송사 간부 등을 만나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내용으로, 신현덕 전 대표에 의해 몰래 녹음이 돼 언론에 공개됐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백지 위에 새로 그려야 한다’는 등의 강 위원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열린당의 ‘사활’(?)을 건 정치공세와 달리 또 다른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적인 자리의 대화내용까지 몰래 녹음돼 공개된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도청공화국’이란 우려를 내보이기도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