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 국회 주변에선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들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장시간 통화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지역 지인들에게 전남 무안·신안 보궐선거 판세를 물어본 것.

    열린당은 전남 무안·신안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민주당이 전략공천한 김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를 사실상 연합공천한 형태지만 당 안팎에서는 내심 홍업씨가 패배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김씨에 대한 지역여론이 차갑다는 소식과 여론조사 결과 등이 알려지자 ‘혹시나’하는 ‘기대감’(?)에 이곳저곳 전화를 해 봤던 것.

    실제 민주당 내에서조차도 최근 홍업씨에 대한 악화된 지역 민심을 이유로 내세우면서 “정계개편을 앞두고 민주당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열린당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은근히 무안·신안 보선이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작업에 어떤 모멘텀이 돼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면서도 내심 김씨가 패배해 민주당의 당내 갈등이 증폭되길 바라는 것. 지역민 의견수렴도 없이 덜컥 김씨를 전략공천한 데 따른 갈등과 대통합신당 추진 방법을 놓고 박상천 대표와 소속 의원들간에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보선이 민주당 갈등 확산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텃밭인 이곳에서 김씨가 낙선하면 지난 3일 꾸려진 박상천 대표 체제의 당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극단적으론 일부 의원들의 이탈로까지 이어지면서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열린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만나 무소속 출마가 확실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현 전 무안군수가 김씨를 앞서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지면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여권의 절대적 과제인 대통합신당 추진 방법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던 각 정파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현재 돌아가는 판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도 ‘한번 기대해 볼 만 하다’는 표정이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그랬으면…‘(김씨가 졌으면) 하는 것이지, 설마 그럴 일이 있겠느냐”며 “현재 (지역 여론)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하더라도 선거 막판에 이르면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혹시나‘하는 기대감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실제로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이상열 의원도 6일 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지역민심이 대단히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김씨 전략공천에 대한 반감이 심상치 않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감을 내보이기도 했었다.

    열린당의 이같은 ‘기대’(?)는 호남의 ‘맹주’인 DJ와의 관계를 감안해 겉으로는 드러내놓고 있지 못하지만 김씨의 패배가 역으로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민주개혁세력 진영의 강한 위기의식을 불러와 강한 결속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 일단은 DJ와의 관계를 고려해 후보를 내지 않은 채 연합공천의 형태를 취했지만, 앞으로 상황은 두고 볼 일이라는 분위기다. 아울러 열린당 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의 한 핵심 의원도 뉴데일리와 만나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과 관련, “제2의 행동이 필요한 때”라며 보선 결과에 큰 관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