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렸다. 지난 2·14 열린우리당 전대와 같은 장소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민주당은 5명의 후보가 대표에 출마한 반면, 열린당은 당시에 투표없이 합의추대하는 방식을 취해 전대 성사여부를 걱정하는 수준이었다. 범여권 대통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모두 '일단 민주당 전대가 끝나면 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전대였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박상천 전 대표의 우세 속에 장상 전 대표가 쫓아가 두 사람에 '당심'이 주목된 상황. 이를 반영하듯, 장 전 대표가 투표하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자 한 여성 대의원이 "장 전 대표는 왜 계속 누비고 다니느냐. 그러고도 교육자냐"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장 전 대표가 돌아다니는 것이 투표하는 사람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 또 박 전 대표의 연설 중에는 "장 전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외침이 들리기도 해 두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대중이 국무총리로 선택한 장상" "홍업씨 공천문제 비판마라"
네 번째로 정견을 발표한 장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의 4·25 재보선 공천과 관련해 당 안팎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해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난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한 유일한 여성"이라면서 "2002년 국민의 정부가 가장 어려웠을 때 김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선택한 장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전 대표는 "민주당을 감히 난파선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민주당은 절대 난파선이 아니다"며 "민주당은 이순신 장군의 12척 거북선과 같이 이 땅의 대통합의 정치를 주도할 구명선"이라고 주장했다. 또 "난파선은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을 배신하고, 깨고 나갔던 열린당이 아닌가"고 반문했다.
그는 "민주당과 김 전 대통령은 분리될 수 없다"면서 "최근 공천문제를 두고 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의 엄격한 공식절차를 따른 결정사항을 비판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 전 대표는 이어 '단합'과 '대통합'을 외쳤다. 그는 "민주당은 다시 분열하면 죽는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결"이라며 "또 민주당 중심의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 열린당과 당대당 통합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 운영을 민주적·포용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열린당에 흡수될 순 없다" "12월에 지지도 높은 쪽으로 단일화하는 것도 한 방안"
장 전 대표의 바로 다음 순서이자 마지막으로 박상천 전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 전 대표는 "민주당 앞길에는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또 외부의 압력과 회유가 이미 시작되고 있어서 마치 폭풍 속을 항해하는 배와 같은 처지"라며 "민주당이란 배는 당의 재정비 문제, 정계개편문제, 대선과 총선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연이어 있는 암초 많은 항구에 들어선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체제를 정비해 당 운영의 정상화와 민주화를 이뤄내겠다" "열린당과 통째로 합치는 당대당 통합은 하지 않고, 민주당 중심의 중도개혁세력을 통합하겠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대선후보를 선출해 대선승리를 이뤄내겠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시 양대정당으로 우뚝서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열린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견해를 거듭 밝혔다. 그는 "민주당과 열린당이 통째로 합쳐지면 현역우선의 원칙에 따라서 지역구 책임자를 열린당이 맡게 돼 열린당 의원들이 당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게 된다"겨 경계한 뒤, "민주당 세력들은 사실상 열린당에 흡수 돼 없어지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없어지면 우리 모두는 나라잃은 국민처럼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과 열린당의 당대당 합당은 한나라당에 좋은 일만 시키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정계개편에 대해 "12월 대선에서 국정실패를 심판받아야 하는 열린당이 어떻게 국민에게 집권을 5년 더 연장해달라고 하겠느냐"면서 "민주당은 국민중심당, 열린당 탈당파와 정치권 밖 인사들 중에서 중도개혁세력을 표방해 강력한 중도정당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열린당 핵심세력과는 오는 12월에 이르러서 지지도가 높은 쪽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도 최근 종래의 범여권 단일정당 주장을 수정해 '선 후보단일화, 대선승리 후 단일신당'을 말씀해 내 입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심재권 "민주당 독자 대통령후보 내고, 독자 원내교섭단체 구성하겠다"
김경재 "다물군과 대소왕자 연합해 한나라 치듯, 연합해 한나라당 이겨야"
김영환 "나를 주몽으로 만들어달라"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가겠다"
이와 아울러 심재권 전 의원은 "대표가 되면 독자적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내고, 민주당 독자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해내겠다"며 "엄동설한에 푸른 나무는 오직 송백 하나다. 북핵실험 48시간 내에 햇볕을 옹호했던 사람은 김 전 대통령 제외하곤 내가 유일했기 때문에 난 송백"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재 전 의원은 "주몽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다물군과 대소왕자가 연합해 한나라를 치는 것이 나온다"면서 "한나라에 '당'자 하나 붙이면 한나라당이다. 우린 연합해야 하고, 연합하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홍업씨의 공천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명예와 홍업씨의 공천 둘 중에서 난 김 전 대통령의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김 전 의원의 '주몽' 인용을 받아쳐 "김 의원이 소서노와 연애하기엔 조금 나이가 과하다. 나를 주몽으로 만들어서 한나라당을 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떻겠느냐"고 말해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난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서겠다"고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힌 뒤 "민주당은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또 7월말까지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반드시 내세워야 한다, 또 10월 말 11월에 가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민주당 밖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과 완전한 국민경선을 통해 국민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