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칭 타칭' 범여권 대선주자인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열린당을 탈당해 민생정치준비모임을 결성한 천정배 의원의 단식농성장은 역시 달랐다. 두 대선주자의 단식의 면면을 31일 살펴본 결과 흥미로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다. 

    공통점=언론의 주목, 영상 녹화 혹은 생중계, 라디오에 2회씩 출연, 대선관련 발언, 방명록

    2007년, 대선의 해에 대선주자가 하는 단식이다보니,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임종인 의원의 '썰렁하고 조용한' 단식농성장과는 달리 두 대선주자의 농성장에는 기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고 카메라도 2~3대는 기본으로 상주하고 있다.

    이어 색다른 점은 바로 '영상물 활용'. 천 의원 측에선 단식농성 현장을 영상으로 녹화해 천 의원 홈페이지에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고, 김 전 의장 측에선 알려진 바와 같이 생중계하고 있다. UCC등이 유행하고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

    또 단식 중이라는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인터뷰에 적극 응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29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레이다'와 30일 KBS 라디오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했고, 천 의원은 27일 KBS 같은 프로그램과 30일 SBS 라디오프로그램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 출연했다.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정치인답게 정치적 견해도 자유롭게 주장했다.

    대선주자답게 방명록은 '필수'다. 천 의원은 단식 첫날부터 방명록을 비치해 방문자들이 이름을 남길 수 있게 '친절하게' 배려를 했다. 김 전 의장은 처음에는 방명록 없이 준비된 판에 응원 메시지를 종이에 써서 붙일 수 있도록 했었으나, 30일 오전부터는 방명록을 비치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김 전 의장 측은 "개인적으로는 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체크해 왔었는데, 김 전 의장이 개인 미니홈페이지에 올리는 단식일기에 자신의 이름이 빠져있다고 서운하다고 연락온 사람이 있어 불가피하게 비치하게 됐다"고 전했다.

    발빠른 반응도 흥미롭다. 김 전 의장과 천 의원 모두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고 집권여당에서 당직자를 지낸 사람들. 이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이색적인' 비판도 있었다. 김 전 의장에 대해선 "다른 사람들은 더 힘들게 외부에서 하는데 내부에서 한다"고, 천 의원에겐 "손님오면 차 끓여주려는 고급 외제 무선주전자는 단식농성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이 있었던 것. 이에 김 전 의장은 "면구스럽다, 송구스럽다"고 답했고, 천 의원의 외제 주전자는 30일에 치워졌다. 전여옥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9일 지적한 직후 '잽싸게' 반응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한미FTA반대 농성 중이지만, 대선주자답게 대선출마와 관련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전 의장은 단식 중 가졌던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주자로 뛸 것"이라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고, 천 의원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졸속협상 중단을 선언한다면 대선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말해 한미FTA반대와 대선출마를 엮는 발언을 했다.

    차이점=시한부vs.무기한, 열린당 잔류vs.탈당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식의 시한이다. 김 전 의장은 한미FTA 협상시한이 종료되는 때까지 단식은 연장했으나 역시 '시한부'이고, 천 의원은 그야말로 '무기한'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이기명씨가 "시한부 단식도 있느냐"고 비난한 바 있듯 두 사람이 하고 있는 단식의 차이는 극명하다. 

    또 현재 소속된 정당도 다르다. 열린당 창당 주역인 두 사람은 현재 각각 다른 곳에 속해있다. 김 전 의장은 열린당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있을 당시 당의장이었고, 지금도 열린당 소속이다. 반면 천 의원은 지난 1월, 김 전 의장이 의장일 때 탈당을 선언했고 현재 민생정치준비모임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