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장한 체구와 함께 “물어뜯겠다”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국회 내 ‘독불장군’으로 통하는 임종인 의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일이 30일 발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시한을 하루 앞둔 29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전화 통화가 바로 그것. 

    한미 FTA 체결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중인 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실을 찾았다. 검은색 점퍼 차림에 무엇인가에 ‘놀란’(?)듯한 표정이었는데, 한켠 비장한 모습도 엿보였다. 이내 말문을 연 임 의원은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면서 차분히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자들도 ‘무엇이 거침없는 임 의원의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했을까’하는 생각으로 임 의원은 응시했다.

    전날 저녁 노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 한 것을 듣자마자 “아 또다시 부시에게 (노 대통령이) 모든 것을 양보하겠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는 것인데, 임 의원은 “그간 노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 만나거나 전화통화한 직후의 해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자신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수 밖에 없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들이댔다.

    임 의원은 우선 노 대통령의 지난 2002년 대통령 후보자 시절을 언급하면서 “당시 노 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 미국에 안 가본 사람이라고 대통령이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하면서 국민들의 대미자존심을 회복시켜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몇 개월 지난 2003년 5월에는 처음으로 미국에 가서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미국에 도움이 없었으면 나는 북한의 수용소군도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개탄케 했다”고 했다.

    임 의원은 이어 “그 후 2004년 6월에는, 당시 김선일씨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는 세계 어느나라도 하지 않았던 이라크 추가 파병을 부시와 전화통화한 후에 했으며, 2005년 6월에는 부시 대통령과 미국 뉴욕에서 만난 뒤에는 전략적유연성을 일방적으로 인정해서 미군이 마음대로 한국을 기반으로 해서 세계 각국으로 나갈 틀을 마련해줬다”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임 의원은 “그래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만났거나 전화통화를 했다하면 우리 국익을 내줬기 때문에 어제 통화했던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노 대통령이 이제라도 5년 만에 대통령 후보시절의 생각으로 되돌아가서 우리 국민들의 이익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그간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던, 소위 ‘천하의 임종인’ 의원이 노 대통령의 전화통화에 깜짝 놀랐다는 것인데, 임 의원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직후 초선 당선자 의원모임에서 당내 선배 의원들을 향해 “(선배들이 초선의원들) 군기잡겠다고 하면 그 사람을 물어뜯어버리겠다”고 한 바 있으며, 또 작년에는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에 불만을 내비치면서 당시 김한길 열린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법안얘기만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 국회의 주변 의원들을 놀래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