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대선주자인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28일로 단식 2일차를 맞았다. 한나라당 등에서 '단식은 대선 겨냥 정치 쇼'라고 공격하는 것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이날 "100번 양보해서 '대선쇼'라고 한다 해도 쇼라도 해서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의 단식농성장에선 '한미FTA 반대농성'으로만 보기엔 애매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 전 의장 맞은 편에서 열심히 마이크를 잡고 말하고 있는 한 여성. 그는 "이곳은 김 전 의장의 단식농성장입니다"라면서 김 전 의장의 단식농성 상황을 '인터넷 생중계'하고 있었다. 김 전 의장이 방문자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기자들과 인터뷰 하는 장면은 '김근태 방송국'이라는 팬클럽 인터넷 방송국에서 그대로 생중계되고 있다. 이 사이트는 김 전 의장 홈페이지와도 연동돼 있다. '김근태 방송국'은 매주 수요일 밤에만 생방송으로 진행되지만 이번엔 '김근태 단식농성장 생중계'를 특별 편성한 것이다. '따뜻하고 아늑한' 국회 본청 안에 자리를 잡은 '이점'이 십분 활용되는 순간이다.

    ○…김 전 의장은 잠시 강사로 변하기도 했다. 한미FTA체결을 걱정하는 지지자 여럿이 방문하자 농성장에서 강연을 시작한 것. 단식 중에 강연을 해서일까, 물을 주식으로 삼은 그는 이날 물을 다시 주문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지지자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실 앞 바닥에 앉아 김 전 의장의 생생한 강연을 들을 수 있었으니 좋은 경험이었던 셈.

    ○…27일 김 전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농성장을 찾은 정동영 전 의장. 국회 본청 출입문 앞 좌우에 있는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과 무소속 임종인 의원을 거쳐 세번째로 김 전 의장에게 왔다. 김 전 의장은 28일 개성공단 방문 예정인 정 전 의장에게 "개성공단 간다고? 춤판 벌일 계획은 없나"고 농담을 던져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난 이곳에서, 정 전 의장은 개성에서 지렛대를 만들자"는 '무게있는' 분위기로 마무리 됐다.

    ○…서로 날을 세우며 헤어졌던 열린당 잔류파와 탈당파지만 김 의장의 농성장에서만큼은 '통합'을 이룬 듯 화기애애했다. 27일 농성장에서 집단 탈당을 주도한 김한길 의원을 맞은 김 전 의장은 "우리가 쿵짝이 잘 맞았다"고 반가움을 표시했고, 김 의원도 두 손을 맞잡았다. 또 대통합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에 김 의원이 "지금은 앞이 잘 안 보이는 게 사실인데, 정치가 그런 상황에서 길 찾는 것"이라고 말하자 김 전 의장은 "(그 발언에) 찬성한다, 지지한다"고 동조했다. 전에 있었던 잔류파-탈당파 간 상호 비난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힘내세요'라는 메시지가 벽에 빼곡한 농성장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의 방문을 받고 있는 김 전 의장. 지지자들과 의원들, 친분있는 386인사들과 악수를 나누며 사진촬영으로 바쁜 그에게 농성장에 걸린 '국론분열 초래하는 한미FTA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커다란 플래카드는 '좋은 배경'이 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