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지지부진한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과 관련, 충청권 의원들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각 정파별 물밑 움직임 대신에 충청권 의원들이 직접 나서 범여권의 잠재적 유력 대선후보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공주 출신)의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적이고 조직적인 목소리를 낼 움직임이다.

    열린당 집단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의 한 핵심 관계자는 27일 뉴데일리와 만나 “범여권의 충청권 의원들이 조만간 회동해 4․25 재보선 문제를 비롯해서 정 전 총장의 정치적 결단 촉구 문제 등을 포함한 현안 문제를 논의할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동 자리에서는 사실상 정 전 총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충청권 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면서 “진행 과정에 따라서는 열린당 내 일부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충청권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 기저에는 정 전 총장에 대한 충청권 여론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고, 지지부진한 열린당의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과 맞물려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김종필 전 자민련 명예총재(JP)를 바라보던 엣 충청권 여론과 지금의 정 전 총장을 바라보는 이 지역 여론이 사뭇 다르다는 설명이다. 정 전 총장의 결단이 내려지기만 하면 충청권 여론의 쏠림현상이 이어지고 그 여파가 호남과 수도권에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충청권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내달 25일 치러지는 대전 서구을 보선 일정도 맞물려 충청권 여론의 향배를 재확인시켜줄 적기라는 것이다.

    범여권 소속 충청권 의원들의 회동은 정 전 총장의 정치참여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에 앞서 무엇보다도 열린당 충청권 의원들의 동요를 유발해 열린당을 해체시키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열린당을 해체시켜 대통합신당 추진의 물꼬를 터 정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아무리 이번 선거를 대통합신당 추진 밑거름으로 삼는다 치더라도 대전 서구을 보선에 심대평씨와는 함께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범여권의 전반적 기류”라면서 “정 전 총장의 결단을 촉구해 서구을 보선 연대 등의 문제도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총장이 결단하고 열린당 충청권 의원 등의 추가 탈당이 이어지면 보선에 임하는 범여권의 기류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청권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또다른 열린당 탈당파인 민생정치준비모임도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의 지지부진함을 비판하며 독자적 외연확대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대통합신당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민생정치준비모임 대변인격인 정성호 의원은 26일 “유선호 의원이 민생정치준비모임에 참여키로 했다”면서 “유 의원은 앞으로 대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한 정무적 가교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8일 열린당을 탈당한 후, 통합신당모임과 민생정치준비모임 어느 곳에도 적을 두지 않고 있었다. 정 의원은 “유 의원의 참여를 통해 민생정치준비모임은 앞으로 본격적인 외연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DJ정부시절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범여권의 각 정파별로 진행돼온 대통합신당 추진 물밑 작업이 노골적인 공개적 경쟁 양상으로 바뀌는 모습인데, 이와 맞물려 충청권 의원들의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