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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저 명예퇴직했습니다. 다음에 또 인사드리죠”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 사태에 이어 당 해체 요구에까지 직면한 열린우리당이 최근 부국장급 이상 당직자 1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백년이상 갈 듯하던’ 당시의 위세는 어느덧 희미한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남겨진 모습인데, 여기저기서 씁쓸하다는 표정 일색이다.
이번 정리해고는 애초 152석의 거대 여당에서 108석의 원내 제2당으로 ‘몰락한’ 상황에 대한 고육지책적 성격이라지만,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과도 일정부분 맥이 맞닿아 있다는 후문이다. 기득권을 버리고 N분의 1로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차원이라는 설명인데, 어차피 대통합신당에 참여하기 위해 당직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다면평가 방식으로 1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 작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떠난’ 사람도 ‘남아있는’ 사람도 착잡한 분위기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정리해고를 당한 한 당직자가 국회 복도에서 한 의원을 만나 “저 명예퇴직했습니다. 다음에 또 인사드리죠”라고 하자, 인사를 받던 한 의원도 어쩔줄 몰라하며 “어어”라는 말로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었다.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무너지고 마느냐”는 반응에서부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등의 착잡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당직자들 사이에선 “어차피 다시 만나지 않겠느냐”면서 자위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 당직자는 “그분들이야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는데, 정치바닥을 떠날 수 있겠느냐”며 “8~9월 정도되면 본격적으로 사람이 필요한 시기인데 그 때 다들 만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5년도 못 넘기도 단명의 위기에 처한 당을 바라보는 당직자들의 마음은 이래저래 무겁기만 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