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2일 민주화 운동의 선배인 김지하 시인을 만난 자리에서 "시베리아에서 꽃을 피우겠다"며 대권 의지를 다졌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낮 서울 창덕궁 인근 김씨가 경영하는 찻집 '싸롱마고'에서 김씨를 만났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세울 지표가 무엇인지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는게 손 전 지사가 밝힌 만남의 이유다.

    이번 만남은 손 전 지사가 탈당 이후 재야 세력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첫 행보로 '역동적 중도 노선'을 내건 화해상생마당의 창립멤버인 김씨에게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전 지사는 김씨에게 "시베리아에 나오니 돈도 없고 세력도 없어 춥고 배고프다"고 털어놨다. 손 전 지사는 또 자신의 지지율을 벤처에 비유해 "벤처 성공률은 5%에 불과하지만 확실하고 안전하게 해놓고 가는 것은 벤처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손 전 지사에게 "생각 잘했다. 자랑스럽다"며 "엄청난 결단을 했고 어려운 일했다"고 위로했다. 그는 손 전 지사에게 문화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어 "1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신세대의 위력이 대단하다. 신세대를 잡고 문화컨텐츠에서 주도적 역할을 보여야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자신이 손 전 지사에게 탈당을 권유했다는 말이 나오자 "탈당하기 전에 '옛몸, 새꽃'이란 그림을 그려주면서 한나라당이란 옛몸에서 꽃을 피우길 기대했는데 내 그림을 잘못 이해한 건지 손 전 지사가 큰바다로 나와버려 할 말이 없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시베리아에서 어떻게 꽃을 피우겠느냐"고 묻었고 손 전 지사는 "(시베리아에서) 꽃피워내야죠"라고 화답했다.

    김씨는 "보수 바탕에서 잘해 보라고 한것인데 나와 줘서 오히려 고맙다"면서 "돈도 없고 지지자를 많이 모아 줄 순 없지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문예부흥을 얘기한 사람이 어디 있었느냐. 손 전 지사 주변에 앞으로 사람이 많이 모일 것"이라며 "여러 형태의 재사들에게 '손 아무개에게 가봐라' 하는 식으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