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을 강타했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의 '태풍'이 급격히 소멸되고 있다. 각 언론사의 긴급여론조사 결과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부정적 여론이 높게 나타난 데다 당초 손 전 지사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던 범여권도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범여권 내 각 정파의 대선 전략이 가미되면서 사실상 ‘고사작전’이 시작된 모습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21일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겠다’는 결단,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평가하면서 “대선정국판도의 지형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혁규 의원도 “앞으로 손 전 지사 하기나름이다. 어떻게 탈당 명분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느냐하는 것이 손 전 지사의 과제”라고 말했다.

    범여권 내부에서는 당장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반대여론이 높고 탈당 명분에 대한 설득력 부재 등의 문제를 들어 손 전 지사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손 전 지사가 이런 문제들을 불식시키고 ‘제3지대’에서 세규합에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보일 때 액션을 취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과제를 추진하면서 손 전 지사의 행보를 지켜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이 마치 대선판도에 큰 영향을 불러올 것 같았던 당초 입장에서 한발씩들 빼는 모습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 정당 이미지 부각을 통해 여론의 한나라당 쏠림을 차단하고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진영의 일대일 대결구도를 조성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반사이익 외에는 파급력에 의문을 표하는 입장이다. 굳이 지금부터 ‘손 전 지사’ 운운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범여권 의원들은 손 전 지사의 ‘새로운 정치’ 실험의 성공 가능성에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열린당 최재성 대변인도 손 전 지사 탈당 직후 “청바지도 물을 빼려면 세탁기에 한번 돌려야 한다”면서 “손 전 지사의 리더십이 최선의 리더십인지는 검증해야 한다”며 대통합신당 추진과정의 성급한 연대 등 전망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이와 함께 손 전 지사가 탈당을 선언하면서 제안한 ‘손학규-정운찬-진대제 대한민국 드림팀’에 대해서도 관련 당사자들은 고개를 돌리는 상황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정치적 조언자로 절친한 관계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20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손-정-진 드림팀’은 손 전 지사 개인적 생각일 뿐”이라면서 “현재 나타난 상황(손 전 지사의 탈당)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 전 총장은)거기에 합류할 성격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김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탈당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총장도 한 언론사 기자를 만나 “아무런 정치적 연관성이 없다”며 “다른 일로 보자면 만날 수 있지만 정치 목적이 있는 모임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손 전 지사의 이같은 제안에 정치권에 복귀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손 전 지사는 386 출신의 전문가 그룹으로 중도개혁성향의 정치결사체인 ‘전진코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도 쉽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손 전 지사 탈당으로 열린당 일부 의원들이 '제3지대 통합론' 차원에서 탈당하려는 움직임이 잠시 감지되기도 했지만 '제3지대 통합론'의 밑그림이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섣부른 탈당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범여권의 한 의원은 고건 전 국무총리 '낙마' 당시를 언급하면서 "함께 하겠다던 의원들의 말바꾸기가 아침과 저녁이 다를 정도로 심하다"면서 손 전 지사에 대해서도 이같은 측면에 대한 우려감을 언급하기도 했다.  

    범여권도 지금 시점에서 굳이 ‘손 전 지사’ 운운할 필요가 없다는 조짐인 만큼, ‘손 전 지사 고사 작전에 나선것 아니냐’는 말들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나온다. 범여권 안팎에서는 탈당 명분에 대한 국민적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전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