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0일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여야 정치지도자들에게 "김정일을 만나려고 애걸복걸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 전 의장은 이날 오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특강에서 정치권과 노무현 정권 4년을 비판했다.

    이 전 의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불리한 정국을 타개해보려는 여권을 향해 "과거 대선에서 북한이 두둔한 후보가 오히려 역효과로 낙선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대선 전 정상회담이 여권에 유리할 것이란 생각은 망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회담 때 김정일이 방한하기로 합의한 사항을 언급하며 "김정일이 그 약속을 지켜 남한을 방문하겠다고 할 때까지 의연하게 지켜 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이어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남북 해빙무드에 맞춰 대북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표를 얻어보려는 경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꾼다면 많은 자유민주세력이 등을 돌릴 것"이라며 "남북문제에 철학과 원칙을 지켜 국민에 믿음을 줘라"고 제언했다.

    이 전 의장은 개헌과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합의가 있어야 개헌안 통과가 가능한데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부결된다면 이는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국의 안정을 위해서나 본인 자신을 위해서도 개헌 발의를 철회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했다.

    이 전 의장은 노 정권 4년의 평가을 평가하며 "국민의 믿음을 상실하고 코드 정치와 '한의 정치'로 사회분열을 조장했다"고 지적하고 "정책 일관성이 결여돼 실업자 증가, 중산층 몰락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은 개헌 문제나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정국을 더 흔들지 말고 대선 문제에 영향을 주는 발언도 일절 삼가라"고 촉구했다.

    이 전 의장은 범여권에 대해 "서로 통합 주도권 싸움을 하거나 잔꾀 부려 재집권을 노리기보다는 차라리 당당하게 야당을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라"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에는 "후보간 감정 대립이 계속되면 정권 창출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하고 "표 계산만 하지말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