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현행 방식으로 가상 경선을 실시한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47.9%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박근혜 전 대표(34.5%)와는 13.4%p차이다. 

    경선시기와 방법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은 경선준비위원회인 '2007국민승리위원회' 활동시한도 지난 10일로 끝났고, 주자들 간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현행 당헌당규에 의거한 방식으로 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8일~10일까지 19세 이상 남녀 1000명과 9143명의 한나라당 대의원 중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개 집단별 전화 여론조사를 해 11일 발표한 결과 이 전 시장 47.9%, 박 전 대표 34.5%, 손학규 전 경기지사 5.5%를 기록했다.

    현행 당헌당규는 당 50%(대의원 20%+당원 30%)와 국민 50%(국민참여 선거인단 30%+일반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해 각각의 점수를 합산하는 것이다. 당원과 국민참여 선거인단을 현행방식과 똑같이하기엔 한계가 있기에 일반 국민 응답자 중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을 당원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현장 투표에 참여할 의향을 밝힌 사람을 국민참여 선거인단으로 간주해 각각의 지지 후보를 물었다. 

    실제 경선 방식에선 무응답층을 제외한 유효투표자만으로 득표율을 산출한다. 이 경우 이 전 시장 52.0%, 박 전 대표 37.6%로 격차가 14.4%p로 약간 더 벌어진다. 


    이명박 '민심' 박근혜 '당심' 우세


    이 전 시장은 '민심'에서, 박 전 대표는 '당심'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이 전 시장 48.8%, 박 전 대표 26.8%였으나, 대의원 조사에선 박 전 대표 40.0%, 이 전 시장 38.6%로 나온 것.

    이로써 두 주자측이 경선 룰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민심에서 앞서는 이 전 시장은 선거인단 규모를 늘리려 하고 있고, 박 전 대표는 현행 선거인단 규모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 

    대선후보 적합도 일반국민 이명박 48.8% 박근혜 26.8-대의원 박근혜 40% 이명박 38.6%

    한나라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선 이 전 시장(48.8%)과 박 전 대표(26.8%)의 격차가 22.0%p였다. 이어 손 전 지사 8.0%, 이회창 전 총재 3.9%, 원희룡 의원 0.7%, 고진화 의원 0.2%순이었다.

    한나라당 대의원을 상대로 한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박 전 대표가 40%의 지지를 얻어 2위 이 전 시장(38.6%)를 앞섰다. 손 전 지사는 3.4%에 그쳤고, 이어 이 전 총재 1.8%, 원 의원 1.0%, 고 의원 0.2% 순이었다. 무응답 층은 15%였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50대(46.0%), 대구·경북(56.7%) 충청권(59.6%)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이 밖에 인천·경기(39.2%), 부산·울산·경남(47.6%)에서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시장의 지지는 30대(46.9%), 서울(49.2%), 강원·제주(46.2%), 호남(43.2%)에서 지지가 높았다. 손 전 지사는 60대 이상(5.8%), 인천·경기(6.7%)의 지지도가 평균보다 높았다.

    일반 국민 중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해 투표할 의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국민참여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한나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이 전 시장이 50.5%를 기록해 박 전 대표(34.0%)보다 많이 앞섰다. 손 전 지사는 6.3%, 이 전 총재 3.1%, 원 의원 0.8%, 고 의원 0.2% 순이었다.

    이 전 시장은 대부분 지역에서 박 전 대표보다 앞섰으나 대구·경북에선 두 주자의 지지율이 46.0%로 같았다. 부산·경남에서도 지지율 차이는 8.7%p(이 전 시장 46.6%, 박 전 대표 37.9%)에 불과했다. 연령별로는 30~50대에서 이 전 시장이 50%를 넘는 지지율을 차지했고, 60세 이상 층에선 박 전 대표가 49.4%로 이 전 시장(39.8%)을 눌렀다. 이 전 시장은 주부(58.5%) 자영업(55.3%) 고졸(54.5%) 층에서 지지율이 높았고, 박 전 대표는 중졸 이하층(42.1%)에서 이 전 시장보다 높게 나왔다.

    경선시기방법은 현행을 가장 선호

    모든 집단에서 경선시기를 현행 6월을 주장했다. 대선주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경선 시기와 관련, 현행대로 치르자는 의견이 당원, 대의원 등 모든 집단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한나라당 대의원 중 60.6%가, 경선참여 의향층의 57.4%, 한나라당 지지층 57.3%, 일반 국민의 55.4%가 6월 경선을 지지한 것.

    경선 규모도 현행을 가장 선호했다. '현행대로 4만명 수준이 적당하다'는 대답이 대의원(44.8%), 한나라당 지지층(38.6%), 경선참여 의향층(35.2%), 일반 국민(34.7%) 등 모든 집단에서 가장 많았다. 또 대의원들은 당 경선 준비위의 절충안에 근접한 '20만명 수준'(25.4%)도 꽤 선호했다.

    규모 확대여부와 관련, 대의원들은 4만명(44.8%), 20만명(25.4%) 순서로 선호해 선거인단 규모 확대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00만명 이상의 오픈프라이머리(14.8%), 40만명(9.4%) 순이었다. 대의원을 제외한 세 개 집단은 현행안 다음으로 100만명 이상의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를 선호했다. 경선 참여 의향층이 30%, 일반 국민의 25.4%, 한나라당 지지층의 24.1%가 오픈프라이머리 방안을 지지했다. 

    일반국민 55.1%가 '한나라당 분열될 것' 대의원 78%가 '단일후보 낼 것'

    이와 함께 일반국민과 경선참여의향층의 과반이 한나라당이 분열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대의원들 사이에는 '단일후보를 낼 것'(78%)이란 전망이 압도적이어서 대조적이었다.

    '한나라당이 올해 대선에서 단일 후보를 낼 것으로 보는가. 분열될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 일반 국민은 55.1%가 분열될 것으로,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78%가 '단일 후보를 낼 것'이라고 답했다. 대의원 조사에선 '일부 후보가 탈당하는 등 분열될 것'이라고 한 응답자는 17%에 그쳤다.

    일반 국민 가운데 한나라당 분열 가능성을 점치는 비율은 지난달 20일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 때(50%)보다 높아졌다. 분열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연령별로 30대(63.2%)와 40대(62.6%)에서, 지역별로는 인천·경기(61.6%)와 서울(58.1%)에서 많았다. 지지후보별로는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응답자(67.5%)가 분열을 가장 높게 점쳤다. 반면, '단일후보를 낼 것'이란 응답은 대구·경북(38.9%)지역, 60대 이상(35.5%), 박 전 대표 지지층(39.9%)에서 높게 나왔다. 

    지지도 한나라 강세, 범여권 약세

    각 당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는 이 전 시장 43.3%, 박 전 대표 20.2%, 손 전 지사 5.1%,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2.2%,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1.7%, 한명숙 전 국무총리 1.7%의 순서였다.

    이번 조사에선 이 전 시장의 소폭 하락과 범여권 주자들의 바닥세 유지를 볼 수 있다. 이 전 시장의 43.3% 지지율은 지난달 20일 조사(49.1%)보다 5.8%p하락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조사(21.1%)와 거의 비슷했다. 손 전 지사는 미미한 상승세(4.6%→5.1%)를 보였다. 범여권 주자 중 정 전 의장이 2.2%로 가장 높은 지지도를 차지했고, 정 전 총장과 한 전 총리는 각각 1.7%에 그쳤다. 이어 이해찬 전 총리(1.6%), 강금실 전 법무장관(1.3%), 김근태 전 열린당 의장은 0.4%에 그쳤다. 

    이번 '가상 경선'은 현실적 제약 때문에 현행 당 경선규정을 그대로 적용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다. 원래 국민참여 선거인단은 경선 참여의향이 있는 국민을 인터넷 등으로 공개 모집한 뒤 추첨을 통해 구성한다. 그러나 정당이 아닌 신문이 이런 방식을 취할 수 없어 일반 국민에게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고 그렇다고 답한 사람을 국민참여 선거인단으로 간주해 조사를 실시한 것. 당원 선거인단 역시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전체 당원 명부를 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반 국민 가운데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을 당원 선거인단으로 간주하는 우회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일반국민조사 ±3.1%p, 한나라당 대의원조사 ±4.3%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