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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말 한 마리가 나가서 다른 말 한 마리를 데려오면 좋겠지만, 상대 암컷과 붙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범여권 내부에서 통합신당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한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통합신당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각 정파들의 셈법이 얼키고설키고 있는 모습인데, 갈 길 바쁜 범여권의 통합신당 추진 작업이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온다.
우선 열린당은 범여권의 통합신당 추진작업과 관련, 제3지대로 나가 신당을 만들면 모든 정파가 이에 합류하는 이른바 ‘제3지대 신당 창당론’을 염두에 놓고 있는 모습이다. 당내 일부 의원들의 ‘선도탈당’ ‘기획탈당’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통합신당이 ‘도로 열린당’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모든 정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우선 협상 대상자’인 민주당은 ‘못 마땅하다’는 눈치다. ‘제3지대 신당 창당론’을 염두에 놓고 그간 열린당 내 재선그룹 의원들과 논의를 시도했는데 이것이 마치 당대당 통합논의로 비춰졌다는 판단이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9일 열린 당의 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특별위원회(중추위) 회의에서 “열린당 재선그룹과 오랫동안 대화를 했는데, (이것이) 대화의 창구를 열어 놓음으로써 열린당이 깨지지 않고 현상유지를 하는 것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열린당이 어떤 제안을 해오더라도 민주당은 일체 응하지 않겠다”며 “열린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위해 자연스럽게 대화그룹을 다변화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열린당 내 재선그룹과의 통합신당 추진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내달 3일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 등의 당내 사정도 감안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유종필 대변인은 “전대를 앞두고 당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전대가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통합신당 논의는 시간적으로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열린당을 집단탈당한 통합신당모임은 통합교섭단체 구성을 통한 신당 추진쪽으로 방향을 잡고 밀어붙이려는 모습이다. 이달 말 민주당과의 통합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이들은 오히려 지지부진한 열린당 내부의 통합신당추진작업에 따른 집단 탈당 사태, 그 이후를 염두에 놓고 있는 모습이다. 열린당을 집단 탈당한 의원들을 포함해 민주당과 민주당의 전대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을 가속화하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각 정파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각 정파간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 지는 양상이다. 복잡한 셈법 속에서 오히려 '있던 말 한 마리 마저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속내가 더해지면서 통합신당추진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