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6~7일 일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한다면 6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4·25 재·보선 참여는 기대하지 마라"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은 국정실패의 책임져야 하고, 한나라당은 부패정당이라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범여권은 한나라당에 대항할 확실한 대선주자는 없지만 '잠재적' 대선주자는 여럿이 꿈틀대고 있다. 7일 김원웅 열린당 의원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당으로 복귀했다. 또 같은 날 이해찬 전 총리는 방북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 정 전 총장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전 총장은 7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 합류할 가능성과 관련, 확실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나라당으로 가면) 친구들이 돌 던질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내 머리 속에 부패한 정당으로 각인돼 있다. 거기로는 못 간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정치 참여엔) 중립적이다. 언론이 날 끌어들이고 있다"며 "(정치적 결단을) 자꾸 재촉하는데 정치를 안 한 사람이 가능성에 대해 하루 이틀 사이에 말할 수 있겠나"고 말해 여전히 고민중임을 시사했다.

    대선 후보로 나갈 경우 통합신당이나 열린당으로 출마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전 총장은 "실정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한다. 열린당이든 한나라당이든 꽃가마는 안 탄다"면서 "통합신당이 열린당과 다른 점이 뭔가. 정치적으로 다 같다. 태생이 같지 않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전 총장은 6일과 7일 또 다른 신문과 서울 방배동 정 전 총장의 자택과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세 차례 인터뷰를 갖고 "정치를 하게 되면 교수직 사표를 내고 완전히 나가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사표를 내고 시간강사를 하면서 (정치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활방식상 그렇게 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장은 4·25 재·보선 참여에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통합신당모임의 한 의원이 찾아와서 (재·보선에서 역할해줄 것을) 제의했는데, 난 '기대하지 마시라'고 했고, 예의상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는 말도 했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열린당·한나라당 등의 기존 정당에 들어가는 것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제3지대로 나가 기존 정당의 색을 뺀, 자연스러운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구)여권에 선수(대선 후보)가 없으니까 자꾸 나를 스파링 파트너로 세우려 하지만 열린당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엔 안 나간다. 난 (그쪽에서 만든) 꽃가마엔 안 탄다. 국정 실패를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또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쪽 꽃가마도 안 탄다. 그렇게 붙어먹을 생각 없다"고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여전히 애매모호한 '고민중' 답변을 내 놓은 정 전 총장은 "정치를 할지 안 할지에 대해 아직 중립적이며, 결정된 게 없다"면서 "내가 대통령감이 되는지, (출마하면) 당선이 될지, 또 당선된다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이어 "'충청도를 위해 공헌하겠다'고 한 것으로 놓고 마치 지역주의에 기대는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고향 충남 공주의) 모교인 탄천초등학교나 공주대학에 출강할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정 전 총장의 정치 참여를 적극 권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이 정 전 총장과 가장 가깝고, 조순 전 부총리와 이현재 전 총리도 수시로 만난다. 통합신당모임의 김한길 이강래 의원, 열린당 박영선 이상민 의원 등도 정 전 총장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