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의 '야당(野黨)성' 회복이 하루하루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밤샘농성'을 벌인 데 이어 6일에는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열린당은 소속의원 23명의 집단탈당(지난달 6일)으로 제1당의 틀을 벗은지 꼭 한 달만에, 지난달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당' 딱지를 뗀지 6일 만에 원내 '제1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는 간단한 보고만 한 뒤, 바로 국회 정문으로 나가 '한나라당 규탄대회'를 여는 것으로 진행됐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을 얘기하지만, 대통령 선거 때까지 사학법을 핑계로 국회를 방기하는 게 대선에서 표가 많이 올 것이라 착각하는 듯하다"며 "많은 국민은 사학법을 비롯한 민생법안들을 처리해달라고 몸부림치며 아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조폭집단'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조폭집단처럼 자기네들 말을 안 들으면 국회에서 아무 것도 안하겠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며 "국민이 한나라당을 설득하고 압박해줘야 된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는 이어 "한나라당이 말로는 대화와 타협을 한다, 그래서 법안을 국회 통과키키겠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대화와 타협을 포기·방기하고 있다"면서 "열린당을 '사기집단' 운운하면서 한편에선 대화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장 원내대표는 이어 "다시는 한나라당이 다른 법안을 조건으로 민생법안을 방기하고, 제1당이 됐다고 해서 본회의를 막아 국회를 마비시키는 만행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한다"며 "한나라당이 계속 국회를 방해하면 국민과 또 다른 국회의원과 더불어 법안처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세균 의장은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빈둥빈둥' 발언을 활용해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그는 "고달픈 민생을 돌봐야 될 국회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빈둥빈둥 논 국회가 됐다"며 "우리의 무력함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올해 첫번째 국회가 얼마나 중요한 국회냐"면서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주택법(관련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우리의 부족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고 말해 '제2당'의 서글픔(?)을 호소했다.

    이날 '규탄대회'에선 열린당 의원 전원 일동의 이름으로 '투기비호 민생외면 한나라당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편, 의원총회에선 김진표 당 정책위의장이 소속 의원들에게 '공부'할 것을 권했다. 그는 "의원들이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 정확하게 숙지해야 할 것 같아서 '노인·장애인·서민·중산층을 위한 2월 국회 핵심민생법안 설명자료'를 만들었다"며 "교육위 유기홍 간사가 사학법 협의 경과와 쟁점을 상세히 잘 요약해놨다. 복사 되는대로 나눠주겠다"며 의원들의 '공부'를 촉구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사학법은 오늘 중에 타결될 가능성이 적어보이니까, 다음 국회 때까지 각종 언론매체와의 만남이라든가, 지역에서 종교인들과의 만남에 적극 참여해서 당이 노력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석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앞으로 (사학법 등의) 협상 여지가 별로 없어보인다"며 "만약 (한나라당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직권상정을 포함해서 우리 나름대로의 노력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제1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면서 "그렇지만 국회가 국민을 위해서 법안 처리하는 것을 소홀히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