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범여권의 제3 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내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며 대선 출마에 한걸음 다가서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은 4일과 5일 연이어 정 전 총장을 '고민하는 햄릿', '(범여권의) 들러리' 등으로 비난하며 견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신당모임은 정 전 총장의 이런 움직임에 반색하며, 한나라당의 견제를 맞받아쳤다.

    한나라당은 정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듯한 발언을 하자 5일 "처음에는 치어리더나 불쏘시개 정도로 이용하겠지만 정 전 총장은 어차피 들러리"라면서 평가절하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국회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정 전 총장 본인의 정체성과 국민들의 기대, 역사적 소명의식, 시대정신, 정치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열린당과 범여권이 정 전 총장 카드를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정당지지도가 10%를 오르내리는 난파선에 몸을 실어봐야 큰 실익도 없다"고 말해 정 전 총장의 범여권행을 만류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정 전 총장에게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뜻이 있다면 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해라"고 덧붙였다.

    유기준 대변인도 전날 정 전 총장의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는 발언과 관련해 5일 "국민은 고민하는 햄릿을 원하지 않는다"며 정 전총장이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유 대변인은 이날 정 전총장의 발언이 '애매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지나친 신중함인지, 고도의 정략적 발언인지 알수 없으나 자신의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겠다는 지도자의 참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국민들은 고민하는 햄릿보다 자신의 전부를 던져 경제, 안보 등 누란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할 희생적인 지도자를 바란다"고 주장하며 "좌고우면하면서 떨어진 감이나 먹겠다는 처신으로 일관하는 사람은 결코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범여권은 정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향한 듯한 행보를 환영하며 정 전 총장을 보호하고 나섰다.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정 전 총장처럼 실력과 덕목을 충분히 갖춘 사람을 때리지 마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려 "자당 대선 예비주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