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대통합 작업의 첫 분수령이 될 4․25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범여권이 분주하다. 핵심은 단연 연합공천 성사 여부. 열린우리당 잔류파를 비롯, 탈당파 진영 모두 연합공천의 필요성엔 적극적이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한 기류다. 연합공천 문제가 대통합의 주도권 문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연합공천이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적으로 각 정파간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하느냐 하는 문제다. 일각에서는 열린당의 연합공천 참여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탈당파 진영 한 의원은 “통합신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써 (연합공천에)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열린당의 참여에 대해선 일부 의원들의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열린당이 참여했을 때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범여권 연합공천이 ‘도로 열린당’으로 비쳐질 경우, 승패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재보선 출마 예상자의 사정도 범여권의 연합공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비쳐진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전 서구을 출마 여부가 당장의 관건인데, 그의 출마를 놓고서도 범여권의 견해가 엇갈린다. 민생정치준비모임의 한 의원은 “그가 범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데 보선에 출마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면서 “만약의 상황에 뒤따를 리스크도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이 시점에서 (정 전 총장이)뭔가 보여줘야 한다. 아무 것고 안하는 것이 중도가 아니다”며 정 전 총장의 정치적 능력 검증을 시사했다.

    아울러 범여권의 연합공천도 그 전제로 ‘승리’가 장담돼야 하는데, 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이다. 범여권의 연합공천 여부 추진시 지역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 전 총장의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친노(親盧) 계열로 분류되는 박범계 변호사가 대전 서구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또 보선 출마를 선언한 심대평 전 국민중심당 대표는 5일 한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에 얹혀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범여권의 연합공천이나 선거연합을 일축했다. 정 전 총장이 보선 출마 여부는 차지하고라도 범여권 내부의 이해 조율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가 전남 무안․신안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키로 의중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점도 범여권의 연합공천 작업에는 적지않은 고민거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김 전 대통령과 범여권의 관계, 그리고 범여권 통합의 일차적 대상인 민주당과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이 재보선 연합공천이 마냥 수월한 상황은 아니지만, 연합공천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도 범여권의 고민은 깊어가는 모습이다. 열린당 집단탈당파 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의 대변인 양형일 의원은 “통합신당모임 단독으로 후보를 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연합공천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을 축으로 한 민생정치준비모임도 “민생개혁세력 및 신흥 제세력이 연대해서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민생과 통합을 주창하는 제정파와 시민사회 대표자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열린당 정세균 의장도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4․25 재보선과 관련한 범여권의 연합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혹시라도 (재보선이) 대통합의 그림을 보여주는 시발점이 된다거나 진전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라면서 “그런 가능성도 열어놓고 노력을 해 볼 작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