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추격전에 불을 댕겼다. 지난달 2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본거지인 광주와 목포 등 호남을 출발점으로 전국 정책투어에 나선 박 전 대표는 3월 전국을 순회하며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재연을 준비중이다.

    박 전 대표는 다음 주 부터 부산·경남, 충청·전북, 강원 등의 지방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지방일정에서 좀처럼 숙박을 하지 않는 박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호남방문 일정을 1박2일로 잡은데 이어 앞으로 진행될 지방투어 역시 2박3일 일정으로 잡았다. 재보궐 선거 유세(2005년 4·30 경북 영천, 충남 아산)와 연찬회 때를 제외하고 지방일정 중 박 전 대표가 숙박을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이다. 이같은 박 전 대표 행보의 초점은 경선을 대비한 '당심'공략에 맞춰져 있다. 이는 최근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당심공략에 나선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에 대한 견제차원으로 읽힌다. 지난 호남방문에서도 박 전 대표는 지역 당원과의 간담회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조찬과 오찬 만찬까지 박 전 대표는 이틀간 세끼 식사를 모두 지역 대의원·당원들과 함께 했다. 앞으로 진행될 지방투어에서도 당원 간담회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한다.

    보수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던 박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3·1절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보수진영의 국민대회에 불참했다. 대신 비공식 일정으로 수도권 조직 담당자와 대의원·당원을 접촉했다. 박 전 대표는 2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한 고(故) 윤장호 하사를 조문한 뒤 특별한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이같은 당심공략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대권행보 초점을 당심공략에 맞춘 이유는 스스로 경선시기를 6월로 못박은 만큼 이 전 시장을 따라붙을 시간이 촉박해졌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당심을 확실히 잡겠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일단 집토끼 부터 확실히 잡아두겠다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 진영은 당심을 확실히 장악할 경우 10%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격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시기와 방법 모두 박 전 대표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힘든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시기보다 현 경선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만큼 당심에서는 이 전 시장을 앞서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박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대의원 조사에서는 앞서고 있다"고 했고 이 전 시장측의 박형준 의원도 1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당심에서는 박 전 대표가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는 당심공략과 동시에 이번 전국투어를 통해 2004년 4·15총선 때의 박풍 재연을 기대하고 있다. "바닥민심은 박근혜"라고 말하는 박 전 대표 측은 전국 지방투어로 박풍이 일어날 경우 현재의 지지율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대중성을 살려 이번 전국투어로 바람몰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대중성을 확신하는 이 의원은 "지금 경선을 해도 충분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박 전 대표 역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공주'이미지는 완전히 털어버린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목포의 동명동 어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주변상인들에게 직접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싸서 상인들의 입에 넣어주는가 하면 상인이 건네는 소주도 덥썩 받아 마시는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연출했다.

    생선이 묻은 상인의 손을 스스럼 없이 잡는가 하면 다음 일정 탓에 측근들이 지역주민들과의 접촉을 중간에 차단할 경우 "괜찮다"며 주변의 싸인요구와 기념찰영에 최대한 응한다. 다소 딱딱했던 강연도 농담을 곁들여 한결 부드럽고 재미있게 바꿨고 표현도 대중친화적인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모두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2005년 4·30 경북 영천 재보궐 선거와 5·31 지방선거 당시 20%포인트 이상 뒤지던 대전선거에거 드라마틱한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대표시절 자신이 진두지휘한 선거 역시 단 한차례도 패배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다시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뒤집고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