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의 28일 제219차 의원총회 자리는 '불안' 그 자체였다. 전날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기업규제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법안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 김현미 의원이 "비례대표라 탈당엔 한계가 있지만, 열린당과 함께가는 데 고민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직후였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 자리에서 '탈교섭단체'라는 '희한한' 선언을 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온 상태다. 

    김 의원이 의총 행사장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술렁였다. 정세균 의장은 김 의원을 보자마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청했으나 김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정 의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굳이 김 의원 옆자리에 앉아 김 의원쪽으로 계속 얼굴을 향하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김 의원은 결의가 강한 얼굴로 입을 악다물고 시선을 외면했다.

    정 의장이 김 의원 옆자리에 앉아있자 다른 의원들도 여기에 몰려들어 정 의장에게 "김 의원 관리하는건가? 뭔일있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애썼으나, 여러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김 의원은 "잘해 먹어, 아 됐어"라고 말하는 등 불편한 심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 의장이 앞자리로 자리를 옮기고나서는 임종석 의원이 김 의원 옆자리에 앉아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기자가 다가가 관련 질문을 하려 하자 "나중에요, 나중에"라며 비공개회의 때 본격적으로 발언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도 김 의원 바로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앉아 말을 걸어 김 의원의 '돌발행동'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관심이 드러났다.

    정세균 "다른 의견 존중하는 관용필요"

    정 의장은 연설에서 "전체의 뜻이 확인되면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관용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똑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게 최선이지만, 결국은 다수결에 승복하는 것이 의회주의 아닌가"고 말했다. 그는 "과제가 한꺼번에 몰려와 감당이 어렵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가 믿고 의지할 것은 의회주의"면서 "가슴을 열어놓고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가 어떤 길로 나아가는 것이 옳은 길인가를 고민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내 생각과 다른 것이 의원 전체의 더 많은 의견으로 확인되면 (난) 거기에 승복할 자세가 항상 돼있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관용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장영달 "108명이라도 결속해야"

    장영달 원내대표는 "17대 국회 들어왔을 때 초선 의원이 108명이었는데 지금 남아있는 사람이 108명"이라면서 "108명이 결속해서 대응하면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말 역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김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였다. 그는 "전날 정무위에서 당내 의견이 나눠졌다. (출총제 완화) 그 부분은 입장차에 의해 현격히 부딪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원내대표로서 사전에 세세한 내력을 다 알고 조정했었어야 했는데 진행되고 있는 것을 미처 다 몰랐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정책적으로 심도있는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생각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면서 재차 "결속을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에 대적할 수 없다. 108명 다 결속해 우린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의원들 뭉쳐주고 단결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