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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4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유시민의 99%'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을 생각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신기남? 문희상? 김한길? 누군가 빠진 것 같지 않은가. 유시민을 빼고 열린우리당을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 국민이 아무리 정치를 잊고 살고 싶다 해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을 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백바지’를 입고 국회의원 선서를 하러 나타나고, TV 토론회에 고정 출연하듯 하면서 대한민국의 기득권이 독재 체제에 부역했느니 어쩌니 하며 조소와 독설을 날리고, 또 날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은 흉기처럼 사람을 상하게 하고 책임도 지지 않는 불량상품”이라고 한 ‘불량상품론’의 원조가 누구인지 아는가. 비판언론을 ‘독극물’‘불량식품’이라고 퍼부어댄 것은 유시민이었다. ‘광언(狂言)의 폭탄 세례’. 이로 인한 마음의 상처들을 벌써 잊을 수 있을까.
유시민은 역시 말재주가 탁월하다. 그는 얼마전 출입기자들에게 “열린우리당의 분당으로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은 99%다”며 탈당파에 책임을 모두 돌렸다. 그러면서 “분당 이전만 해도 집권 가능성이 10%는 있었다. 그것마저 날아갔다”고 했다. 독설과 돌출 행동으로 열린우리당을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놓은 장본인 중 한 사람이 ‘10%는 살릴 수 있었는데 너희들 때문에 다 죽였다’고 외치는 편리한 사고 방식. 노 대통령의 야당 탓, 국민 탓, 언론 탓 식의 ‘네 탓 정치’를 빼어닮았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황상민은 노 대통령의 ‘네 탓 심리’에 대해 ‘조망(眺望) 수용 장애’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월간조선 2월호). 어렵게 들리지만 설명을 듣고 보면 쉽다. “노 대통령은 자신과 다른 타인의 심리를 인정하기 힘들다. 나에게 정당한 것은 남에게도 정당하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하나로만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조망 수용 장애’라고 한다.” 유시민이 열린우리당이 재집권하지 못하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탈당파 책임이 99%라는 것도 ‘조망 수용 장애’ 아닐까.
유시민은 노 정권이 끝나면 유명 한국인들을 주제로 평전 쓰기를 하겠다고 했다. 그 말도 믿을 건 아니지만 국회의원 두번에 장관까지 지냈으니 더 욕심 부릴 것 없다는 것인가. 국민에게 그 흔한 용서 한마디 구하지 않고 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정치는 품성이라도 반듯한 사람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