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검증'을 둘러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간의 신경전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를 지낸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공개에 이어 이 전 시장의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가 이 전 시장의 '위증교사'와 '살해협박'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 진영의 갈등은 점차 확전되는 분위기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직접 이 전 시장에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양 진영의 대립은 갈등을 넘어 분열로 치닫고 있다. 이 전 시장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측근들에게도 박 전 대표의 공격을 자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전면전을 피하고 있지만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공격에 '박근혜 진영의 조직적 정치공세'라며 정 변호사와 김씨의 주장에 배후설까지 제기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이명박 측 "(박근혜 무관주장에)국민이 안 믿어, 누가봐도 조직적 정치공작"
    "그야말로 구태고 선거때 마다 반복되는 정치공작"

    이 전 시장 측의 정두언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 변호사의 폭로와 김씨의 의혹제기에 '박 전 대표 배후설'을 주장했다. 정 의원은 두 사람의 주장 모두를 "제2의 김대업 사건"으로 규정짓고 "김대중 시절 함일식의 동교동 24시와 이회창 시절 김대업 시리즈가 있었다. 어쩌 그렇게 10년전과 똑같은지 모르겠다"며 "그야말로 구태고 선거때 마다 반복되는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미 정 변호사를 포함해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15명이 모여서 의논한 것이 문건에서 드러났고 그 후 정 변호사가 일주일 동안 떠들었다. 그리고 활당무개한 기자회견을 하고 다음날 김유찬씨가 다시 기자회견을 했다. 그날 저녁에는 박사모가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누가봐도 조직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김유찬씨가 정 변호사를 만난 것은 이번 건과 무관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도 무관하다고 한다'는 사회자의 말에 "국민들이 안 믿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뻔한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 배후설을 거듭 주장했다. 이런 이 전 시장 진영의 '박근혜 배후설'주장을 "어거지다. 그것도 네거티브"라고 한 박 전 대표의 비판에 대해서도 "구태고 선거때 마다 반복되는 정치공작"이라고 재반박했다.

    김씨의 '위증교사' 및 '살해협박'주장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김씨는 96년 선거 때 이명박 후보의 운동원으로 있다가 선거가 끝나고 상대방 후보로 부터 3억원을 받고 폭로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다 여의치 않자 다시 이쪽으로 와서 돈을 받고 해외로 도피했다 다시 들어온 뒤 다단계 사업을 했고 최근에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센터)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회사를 차리고 이 전 시장과의 관계를 과시해 투자자를 모은다. 투자자를 모으다 그게 잘 안되니까 최근에 다시 책을 내겠다면서 소문을 내고 다녔다"며 "김대업 말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듯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김씨의 추가폭로에 대해 일단 법적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의 검증위원회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검증위에서)안되면 그 다음에 법적으로 가는 것을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당 검증위원회에 "이 문제를 처리할 때 배후가 누구인지, 조직적인 정치공작이 없었는지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측 "이명박 정말 진실규명하고 싶으면 수시기관에 이첩해야"
    "정인봉 선거법 위반 전력으로 의원후보직 박탈당했다"

    이런 이 전 시장 측의 '박근혜 배후설'주장에 박 전 대표 측의 이혜훈 의원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그런)확대해석이야 말로 정치적 공작"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이 김씨에 대해 일단 법적대응을 하지 않기로 한 점에 대해 "수시기관으로 이첩하는 것이 이 전 시장에게 떳떳하고 각종 의혹들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입장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왜 그 방법을 택하지 않는지가 궁금하다"며 이 전 시장의 태도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의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전 시장 본인이 정말 진실을 규명하고 싶고 김유찬씨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면 명명백백하게 국민앞에 가려주는 것이 본인에게도 당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사법기관을 통한 이 전 시장 검증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정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이 의원은 "(정 변호사가)문제제기한 내용이 '사실이다 아니다'를 넘어 과연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을 검증하는데 하찮은 것인지 중대한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들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범인에게 도피자금을 불법으로 건네고 해외로 도피를 시켜 범인 은닉죄를 저지른 게 과연 대통령 후보로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은 국민이 판단하는게 맞고 그런 것에 비춰볼 때 (경선준비위원회가)지금까지 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경우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에 대해서 이제까지 음주운전 3회가 넘어도 공천자격을 박탈했고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 전력은 공천자격을 넘어 후보직을 박탈하는 요건으로 해왔다"며 정 변호사가 지난 7·26재보궐 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전략으로 인해 후보직을 박탈당한 사건을 예로든 뒤 "이런 것을 감안할 때 (당 경선위원회가)가치없다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의 후보자격 박탈 주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아예 이 전 시장을 경선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건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한발 뺀 뒤 "그런 것들을 참고로해서 국민들이 경선에서 판단하시면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다른 측근들도 이 전 시장의 '박근혜 배후설'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김재원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유찬씨는 우리와 무관한데도 자꾸 우리와 결부시켜 사실관계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와 실체적 진실 규명 및 국민의 평가이지 자꾸 사실을 호도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당 검증위가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하지만 우리가 요구할 필요는 없다. 검증위의 존재 이유가 이런 것 때문 아니냐"며 "저쪽에서 의도적으로 오해를 전파하는 상황에서 비록 방향이 맞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 걸음 떨어져서 가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이 전 시장이 의혹에 대답할 수 없어 이를 은폐하려고 자꾸 박 전 대표를 끌어들이는 데 이는 '물타기'"라며 "당시 이 사건과 관련된 핵심 증인 중 양인석 변호사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역임했다는 것 자체가 바로 검증을 해야 한다는 뚜렷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나서 검증위 구성 교체 등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시장측이 제기하는 '배후론'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경환 의원은 "자꾸 이런 식 주장이 계속되면 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