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호(號)'를 출범시킨 열린우리당 잔류파와 집단탈당파 그룹인 ‘통합신당모임’, 그리고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생정치준비모임’ 등 범여권 내부의 외부인사 영입경쟁 신경전이 뜨겁다. 누구와 접촉했는지 여부는 물론, 영입 대상이 누구인지조차도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타 진영에서 ‘누굴 만났더라’고 하면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대통합신당추진 성공 여부의 절대조건이 돼버린 외부인사 영입경쟁이 범여권 각 진영의 정계개편 주도권 싸움과 맞물려 후끈 달아올랐다.

    현재 가장 다급한 쪽은 열린당 잔류파. ‘가까스로’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하긴 했지만 시간이 없다. 하루빨리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당내 탈당 ‘엑소더스’가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앞선다. 정세균 의장은 전대 당의장 수락연설을 통해 “즉각 실질적 대통합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대통합신당이 ▲민주화 평화세력 ▲양심적 산업화 지식정보화세력 ▲시민사회 전문가그룹 등 희망한국 건설에 기여할 모든 개인과 집단을 포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곤 최고위원도 15일 중앙당사에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력의 최우선점을 대통합신당을 만들어 나가는 데 두겠다”며 “통합을 생각하고 있는 민주평화, 모든 중도개혁세력, 제 정파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영점에서 새로 출발하자”고 호소했다.

    일단 잔류파의 외부인사 영입작업은 정 의장이 전면에 나서 직접 진두지휘하고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중진들이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방식의 총력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기에 재야파의 대표주자인 김근태 전 의장이 설 연휴 이후 대통합신당추진에 어떤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지에 따라 외부인사영입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야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외부인사영입을 위한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울러 당초 예상과 달리 무난한 전대로 위기를 수습한 열린당 잔류파에 맞서 집단탈당파 그룹인 ‘통합신당모임’도 외부인사 영입 작업에 한층 속력을 내고 있다. ‘올 코트 프레싱’ 상태로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전면전 태세다. 대변인 양형일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의원 전원이 운동경기의 ‘올 코트 프레싱’ 차원에서 대외적 접촉을 확대하고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설 연휴 직후부터의 본격적인 외부인사 영입 작업을 예고했다. 그렇잖아도 집단탈당 명분을 놓고 비판이 거세게 이는 상황에서 영입 작업만이 통합신당모임이 사는 유일한 길이라는 반응이다. 

    양 의원은 또 열린당 잔류파를 경계하기도 했다. 양 의원은 전날 치러진 열린당 전대에 대해 “대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하고 원만히 끝난 것은 축하하지만 전대로 열린당의 울타리가 더욱 견고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신당모임은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그간 꾸준하게 물밑 외부인사영입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설 연휴를 지나 본격적 외부인사영입 작업을 통해 열린당 잔류파를 뒤흔들겠다는 계산으로도 보인다. 통합신당모임의 유력한 제3후보 외부 영입설 등이 흘러나오거나 구체적 움직임이 포착되면 잔류파 내부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천정배 의원을 축으로 한 ‘민생정치준비모임’도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를 차리는 모습이다. 이미 정치권 안팎 인사들과 사회적 대연대를 추진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천 의원은 설 연휴 기간동안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외부인사영입 문제를 비롯한 정국 현안 구상에 들어간다. 천 의원은 최근에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천 의원 측근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외부 영입 작업이라는 게 급하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사전 정지작업을 한뒤 두루 만나서 의향을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사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한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만난 것일 뿐”이라면서 타 진영의 관심과 달리,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