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 실체도 드러나지 않은 ‘후보 검증 공방전’이 점차 가열되면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는 박 전 대표와 ‘대세론’을 굳히려는 이 전 시장 양쪽 모두 설 연휴 기간의 ‘구전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어 ‘검증론’을 둘러싼 설전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미 한나라당 지도부의 ‘경고’도 소용없는 모습이다.

    전날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의 기자회견으로 박 전 대표 책임론까지 대두되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양 진영은 13일에도 라디오방송에 총출동해 후보검증 2차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캠프 측은 정 특보의 ‘돌출행동’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정 특보와 이 전 시장 캠프 측의 ‘싸움’이 됐다. 이 전 시장 측은 당 경선준비기구인 ‘2007국민승리위원회’에 정 특보의 출당과 당 윤리위원회 제소 등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인봉 “(검증은) 채점, 돌출행동 하는 사람 있어야”

    이 전 시장도 반박할 수 없는 ‘검증자료’를 갖고 있다고 ‘폭로’한 정 특보는 이날도 라디오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검증론’에 불을 붙였다. 정 특보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검증은) 채점이라고 생각한다. 유권자, 당원들이 채점하는 과정이지 이게 무슨 네거티브냐”며 “이 정도 자료면 검증기구에서 그 진실성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증 자료의 내용과 관련, “(이 전 시장의) 등기부등본부터 검토하면서 내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접근해 갔다, 내가 수집했다”며 “(부동산을) 포함해 여러 자료들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한두 사람한테 퍼져나가면 결국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고 정확한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 단계에서 문제가 일찍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나 혼자 했다”며 박 전 대표 캠프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직접 ‘이 전 시장 검증 기자회견’을 만류하는 등 캠프의 반대 기류에도 “돌출행동 하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며 “1997년, 2002년의 눈물을 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 건강한 후보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암 검사를 늦게 해 큰 수술을 하게 만드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는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와도 인터뷰를 갖고 ‘의혹 부풀리기’라는 이 전 시장측의 비판에 “그런 식으로 한다면 정치적 자살행위”라며 “이 전 시장 측에서 나보고 ‘김대업 수법’을 쓴다고 하는데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근혜측 김재원 “정인봉은 캠프 멤버 아닌 박근혜 개인 법률자문 담당”
    “조만간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리두기

    정 특보의 ‘검증론 군불 지피기’에 박 전 대표 캠프 기회단장 김재원 의원은 “우리는 전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해 정 변호사가 말을 잘 안듣는다”며 정 특보의 ‘돌출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정 변호사에게 그런 일(검증 기자회견)은 당의 단합을 해칠 뿐 아니라 박 전 대표의 깨끗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이미지에 오히려 해를 가져 온다,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차례 말렸다”며 “정 변호사는 캠프 멤버가 아닌 박 전 대표의 개인적인 법률자문과 법적 문제를 처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에 대해 “그런 오해를 받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자제를 해 달라고 해도 안돼서 조만간 정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며 “나하고는 연락도 잘 안된다. 어떤 의미에서든 정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명박측 “처음부터 박근혜 캠프서 계획”
    당 경선기구에 정인봉 출당, 윤리위 회부 요구 방침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정 특보가 박 전 대표 캠프에 의해 계획적으로 움직인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으면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 전 시장측은 이날 오후 국민승리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겠다고 별렀다.

    이 전 시장 비서실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은 설 연휴의 ‘구전효과’를 노린 박 전 대표 캠프의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주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구정을 앞두고 전국민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이 전 시장에게는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다는 것을 밥상머리에 올리기 위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조직적으로 퍼뜨려야 한다는 캠프 내의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며 “변죽만 울리고 뭔가 있는 듯하다는 것이 처음부터 계획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들리는 말로는 이 전 시장이 지난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도중하차한 일을 다시 한 번 제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며 “내용이 알려지면 금방 사실 여부에 대한 진위가 가려지기 때문에 막연히 문제가 많은 것처럼 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검증내용을) 끝내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 지도부에서 (정 특보의 검증 기자회견을) 만류하지 않았더라도 오늘 기자회견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특보는 보좌하는 사람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니냐. 선거캠프에서는 주기적으로 중요한 현안을 상의하고 보고하기 때문에 정 변호사의 돌출행동이고 박 전 대표는 말렸다는 것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며 “만약 제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캠프 생각과 달리 돌출행동을 했다면 캠프에서 배제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말리는 흉내만 내면서 나는 책임 없다고 하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는 “재산과 도덕성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국회의원·서울시장 출마시, 청계천 건설 과정에서 부시장 구속된 일에서 조사기관과 언론으로부터 집중조명 받았다”며 “이미 검증됐든지, 문제가 제기됐다가 어느 정도 사실이 밝혀진 것들”이라고 자신있어 했다.

    이 전 시장 대리인으로 국민승리위에 참여한 박형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절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이날 오후 열릴 국민승리위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승리위 이름으로 정 변호사에 대한 출당요구를 하든가 아니면 당 윤리위 제소를 요구할 방침”이라며 “박 전 대표 측에서도 논의했다고 하는 ‘이명박 부정적 이미지 퍼뜨리기’에 대해서도 공식 조사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