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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측의 20억달러 수수'라는 거짓말을 유포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이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에 취했다"며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2·12 사면대상에 포함된 그는 12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탈당 사태에 대해선 "원론적으론 의원직도 내놓고 나가야 맞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대세론을 이루는 데에는 "여론은 부침이 심하다 지켜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 탄핵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설씨는 "지금은 노 대통령이 실정을 했다. 국정 잘못은 전적으로 노 대통령에 기인한다"면서 "권력이라는 게 술과 비슷해서 취한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오만해지고 독선적이 된다. 술이 깨야 그때서야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권력은 그런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실정을 '권력에 취해 오만 독선해졌다'고 평가한 것. 그는 이어 청와대 참모들도 "노 대통령이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은 참모들의 잘못이 굉장히 많다"고 꼬집었다.
9일 노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간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내뱉은 것과 관련, 설씨는 "헌법 규정은 모르겠지만 대통령직에 들어서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전통처럼 돼 있었다"며 "노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대선 국면 등에서 노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전념하고 정치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열린당의 탈당사태에 대해 설씨는 "최선은 아니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탈당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며 "열린당이 처한 엄정한 상황에 대처하려는 몸부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탈당파가 의원직을 내놓고 나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론적으로 말하면 노 대통령 때문에 배지 달고, 열린당 당명으로 배지를 달았으니 탈당할 때는 배지를 내놓고 나오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설씨는 열린당 사수파의 판단이 틀렸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이 상황에서 통합이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면서 "그 사람들도(사수파들도) 통합을 말하지만, 사수하겠다는 그 입장 갖고는 통합되지도 않을 뿐 더러 통합한들 통합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수파들은 생각을 좀더 넓혀 어떤 것이 노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고 어떤 것이 범여권을 위하는 길인지 판단을 다시 한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설씨는 "오늘 이후 정치활동을 재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중도세력이 하나로 뭉쳐서 국민 뜻을 대변해 내는 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 틀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드는 데 일을 하고자 한다"며 정치재개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설씨는 2002년 4월 이회창 한나라당 당시 총재의 20만 달러 수수의혹을 제기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10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받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