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0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중도 박근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박근혜의 ‘눈’은 선해 보인다? 팬클럽과 기분 좋게 사진 찍을 땐 그렇다. 하지만 테가 없는 안경을 쓴 박근혜의 눈매를 보았는가. 지난달 23일 경기도 시화공단을 돌아볼 때 보호안경 속에서 눈매가 클로즈업된 한 장의 사진. 가는 쌍꺼풀 속에 감춰진 눈매. 흐물흐물하지 않고 목표를 분명히 응시하는 ‘통시(洞視)의 눈매’라고 할까. ‘박근혜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박근혜의 눈매에서 서슬 퍼런 권력의지를 읽는다. 박근혜는 해가 바뀌자마자 헤어스타일을 확 바꾸고 나타났다. 그런 권력의지가 없다면 1974년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서거 직후부터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며 30여년간 고집해 온 그의 트레이드마크조차 바꾸기는 쉽지 않다.

    박근혜는 왜 이명박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까… 고민, 고민했을 것이다. 박정희·육영수 향수가 고정 지지층엔 효과적이지만, 지지층 확대에는 장애물이 된다. 복고풍에서 벗어나자. 헤어스타일 확 바꾸고 소매 걷어붙이고, 그래 한판 붙어 보자. 유신 때부터 그를 지켜봐온 노장층은 그의 변신을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젊은층과 40~50대 중년층은 반응이 좀 다르다. 박근혜는 6일 전남 여수를 방문해 “내가 바로 중도(中道)”라고 느닷없이 선언했다. 이번에도 노장층에선 “뭐, 우파가 아니고 중도라고?”, 불만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입장에선 박정희 향수와 보수 이미지라는 두 개의 ‘인식 틀’은 양날개와 같다. 지키지 않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지만, 고집만 하면 지지층 확대가 불가능하다. 또 한번 트레이드마크를 바꾸는 제2의 변신, 무서운 권력의지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이념 성향은 ‘중도 36.9%, 보수 30.2%, 진보 27.1%’로 나타났다. 노장층 보수·우파의 체감과는 딴판이다. 국민이 보수·진보로만 나눠져 있다면 강경 우파의 희망대로 한 우물만 파도 괜찮다. 그러나 거대한 중도 세력을 흡수하지 않으면 지게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박근혜의 ‘중앙선 돌파’는 이를 노렸다. 문제는 중도 노선에 담아야 할 콘텐츠다. 서민·빈곤층·중산층이 감동할 수 있는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내놓을 상품도 없이 신장개업한다며 간판 다시 달고 화환 들여놓았다간 찾아간 손님들이 돌아설지 모른다. 집토끼, 산토끼 모두 놓쳐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