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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범여권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질서 있는 대통합신당 논의는 물건너가고 그 자리를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집단탈당파와 천정배 의원을 축으로 하는 개혁성향탈당파, 그리고 열린우리당 잔류파 등 3개 그룹간의 ‘주도권 잡기 기싸움’이 대신하고 있다. ·
그러나 주도권 경쟁 이면에 앞서 이들간엔 대통합신당이라는 공통분모가 형성돼 있는 만큼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탈당쇼’라는 주장도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분열 후 통합이라는 극적 대반전을 위한 '기획된 연출‘이라는 관측인데 최근에는 정치권 주변에서 ’김한길 의원을 축으로 한 집단탈당파에 배후가 있다‘는 배후설마저 나돈다.
배후설의 핵심 내용은 김 의원의 집단탈당파 배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있다는 것이다. 23명이나 되는 현역 의원들이 김 의원만을 믿고 집단탈당이라는 정치적인 무리수를 강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한다. 이 때문에 김한길 의원의 배후에 영향력 있는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인물이 바로 DJ라는 것이고 DJ가 집단탈당파에 암묵적 동조 내지는 어떤 식으로든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설이다.
실제 이들이 집단탈당을 강행하기 하루 전인 5일 오후만 해도 탈당파 내부에서 탈당을 유보하는 듯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당초 30~4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규모가 14~17명 수준으로 까지 떨어져 교섭단체(20명)도 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었지만 밤새 사정이 급변하면서 23명의 집단탈당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밤새 사정이 바뀐 배후에는 DJ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 당시 사정이 여의치 않자, 김 의원이 모처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말까지 떠돈다.이같은 의혹은 과거 DJ와 김 의원과의 관계를 근거로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권의 대표적 기획통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김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당선 과정에서 일등공신이었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냈으며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었다. 특히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방송토론대책팀장을 맡았는데, 당시 김한길 의원이 써준 마지막 방송유세연설문은 김 전 대통령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게 했다고도 한다.
이와 함께 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을 감안한다면 'DJ 배후설'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민심 향배에 향후 통합신당 추진의 주도권이 달려있는 만큼 호남민심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배후설을 더 설득력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실제 여권의 호남 지역 의원들 성향을 보더라도 당 사수파, 김근태 의장계, 정동영 전 의장계 등 통합신당추진을 놓고 노선과 비전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를 한 곳으로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빌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호남 지역의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배후로 나서면 향후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 논의과정의 주도권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단탈당파에 강봉균 조배숙 이강래 주승용 우윤근 의원 등 적지않은 호남출신 의원들이 합류한 것도 이런 사정이 감안돼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실제 한 호남출신 의원은 집단탈당 전까지만 해도 “왜 내 이름이 탈당파로 나도는 줄 모르겠다”고까지 한 바 있다.
이같은 배후설은 범여권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흐름이 차기 대선을 감안한 ‘기획탈당설’일 것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또 노무현 김대중 전현직 대통령간의 미묘한 기싸움이라는 의혹마저 확산되는 모습이다. 작년 지방선거 직전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이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산정권’ 발언을 한 데서도 보듯 차기 대선을 앞두고 영남후보에 미련을 갖는 모습을 내비친 노 대통령에게 김 전 대통령은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열린당의 집단탈당 사태 등 일련의 여권 흐름에 대해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세력대결이라는 설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열린당이 어차피 대선이 어려우니 대선 이후 정치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민주당 깨고 나와서 열린당 만들었는데 이게 힘이 다 빠져서 열린당 깨고 김 전 대통령 세력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와 함께 9일 발표된 노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을 기념 특별사면자 명단에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 대거 포함된 것도 이런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인데 자칫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세력대결로 퍼져나가는 의혹을 노 대통령측이 사전에 차단하려는 등의 의중도 함께 담겨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조갑제씨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속느냐 죽느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대중 노무현 연출의 분당사기극에 속으면 대한민국은 죽는다”면서 열린당 집단탈당 사태 등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갈라져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다가 올해 가을에 극적으로 대동단결하는 드라마를 연출하여 유권자들을 속이려는 기획분당이다. 이 연극의 숨어 있는 연출가는 김대중, 노무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