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되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오랜만에 대중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 전 장관은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관 자리나 작년의 선거는 내 결심 전에 상황이 주어졌다"며 "이번에 낸 책 '서른의 당신에게'도 선거가 있는 해에 내서 오해받을까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정치를 할거냐 말거냐보다는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해 향후 정치적 행로에 관한 말은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자가 "정치인이 책을 낼 때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오해 받을 수 있다"고 질문하자 강 전 장관은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쓰는 동안에 고민이 많이 된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그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또 시기에 맞춰서 선거 때에도 책을 내느냐, 이런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고민됐고 좀 부담은 됐다"며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안할 순 없다는 생각으로 냈다"고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은 "내가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할 당시나 지난해 선거 과정이 내 계획이나 결단을 뛰어넘는 상황이었다"면서 "구체적으로 정치를 당장 할 거냐 말거냐 이런 식의 접근보다는 전체적으로 내가 살아야 될 부분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가느냐, 그런 고민을 한다"고 말해 정치적 행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 5·31 지방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것에 대해 강 전 장관은 "그땐 솔직히 내가 결심하기 전에 상황이 먼저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시간이 많은 분들한테 있을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자기의 인생을 좀더 본인 자신이 준비하고 또 자기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갈 수 있어야 된다. 그래서 책도 쓰게 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2006년을 돌이켜보며 "사실 정치경험이 없는 사람으로서 큰 선거에 끼어든다는 건 굉장히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면서 "그런 일을 겪으면서 좀 새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선거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것도 많고 체험을 했기 때문에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주 소중한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선거기간 동안에 '열린당에 남아서 정치 발전을 위해서 일하겠다' 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하자, 강 전 장관은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향후 정치행보에 관한 질문이 나오려고 하면 책 얘기를 하기로 했다며 화제를 돌렸다. 정치적 언사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책 제목과 관련, 강 전 장관은 "결혼·사회·직장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가 서른 무렵이었다"며 "선거 과정에서는 40대 가장 회사원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책임을 지고 살게 되는 나이가 30 무렵부터 50까지가 아닌가. 그 때가 제일 힘들기도 하고 또 고민도 많은 그런 시기라서 책 제목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책을 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전 장관은 "책을 처음 썼다. 그래서 부담감도 있었다"면서도 "앞으로는 여러 사람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체험들을 계속 기록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 5·31지방선거 패배 후 강 전 장관에 관한 소식은 여성인권대사를 맡았다는 것과 지난 가을부터 한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는 것 외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여권 후보를 언급할 때 그의 이름은 꼭 등장했다. 이번 책엔 작년 57일 동안의 정치인 경험도 포함돼있다. 향후 '정치인 강금실'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